정부가 부동산 세제 혜택의 중심을 '보유'에서 '실거주'로 옮기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하거나 늘어난 보유세를 임대료에 반영할 경우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화가 동시에 빨라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3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기존의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과 실거주 여부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일반 주택 보유자와 같은 9억원의 공제를 적용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올라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부동산 세제를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일부 전가될 수 있어 종부세 개편이 거래시장보다 임대시장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00건으로 1년 전 2만3193건보다 10.4%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의 전세 매물이 81.3%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금천구 69.5%, 동대문구 65.6%, 도봉구 63.8%, 노원구 63% 등의 순이었다.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의 약 66%가 강남 3구에 몰리면서 중저가 전세 물건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매물 부족 속에서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의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1년 전 6억4944만원보다 8.49%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임대차 물량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 기존 전세 물건이 사라지고 세를 계속 주더라도 늘어난 보유세의 일부가 임대료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보유기간이 짧은 고가 비거주 1주택자는 절세를 위해 실거주로 전환할 유인이 커졌다"며 "실거주하면 종부세 기본공제 14억원과 거주기간에 따른 세액공제, 장기거주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거주 1주택자가 공급하던 전월세 주택을 처분하거나 직접 거주하면 임대차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은 다른 주거지를 찾아야 하고 세 주는 집주인은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월세 비중이 50%를 상회한 것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임대인이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부터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면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덜한 중저가 주택으로 실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가격대의 임대차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가 20억원 안팎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확대 효과를 받을 수 있지만 장기거주에 따른 공제 혜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집주인의 직접 입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고가주택보다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20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집주인들이 장기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 해당 구간의 아파트 매매 매물뿐 아니라 임대차 매물도 장기간 잠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