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두번째 세제개편안은 사실상 '비거주 주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은 '사는(buying) 대상'이 아니라 '거주(living)하는 공간'이란 원칙 아래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징벌적 수준으로 높이면서다.
정부는 과세 체계 '정상화'를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세제개편안 방향도 '증세'를 향하게 됐다.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1주택자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화한다. 거주용 1주택의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반면, 비거주용 1주택은 9억원으로 내린다.
과세표준(과표) 구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본공제금액이 비거주 주택에 징벌적으로 바뀜에 따라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실거주 1주택자라면 종부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과거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한해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시절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집이 좀 비싸졌다고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너무 심하니 1가구 1주택 실거주에 대해선 종부세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주택분 재산세 체계를 유지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재경부는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세대 1주택자 70%, 다주택자 80%를 올리기로 했지만 재산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를 유지하기로 했다.
비거주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흐름은 거래세 개편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거주에만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현재 보유·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거주에만 적용(연 8%씩, 최대 80%)함으로써 거주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양도세 부담을 낮춰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하에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앞서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관련 쟁점으로 언급한 보유세-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 용도 등은 담기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보유세 강화에 따른 매물 잠김 효과를 막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엔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고령 1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과세특례 신설 등 보유세 인상에 따른 매물 잠김 우려를 해소할 한시적 대책이 주를 이뤘다. 근본적인 거래세 완화책은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의 양도세 기본공제를 연 250만원에서 연 2500만원으로 상향한 정도만 담겼다.
특히 정부는 지난 5월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했는데, 다시 양도세 중과를 한시 완화키로 했다. 지난 5월10일 이후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은 양도분도 혜택이 적용된다. 종부세 강화에 따른 매도 기회를 준다는 취지지만, 정부 정책 일관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올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5년간 세수 증가액은 순액법 기준 3조4430억원으로 추산된다. 누적법 기준으로는 5년간 13조3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전망이다.
순액법은 직전연도 대비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따지는 방식이고, 누적법은 기준연도(2026년) 대비 세금 증감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세법은 연도별 세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고, 누적법은 직전연도 세입예산과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누적 세수 효과를 산정하는 결함이 있는 까닭에 정부는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순액법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기업과 주식투자자 등의 세 부담이 커졌다면 올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증세 타깃은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가 됐다. 이와 관련, 순액법 기준 5년간 종부세가 2조1815억원 더 걷힐 전망이다.
정부는 증세 대신 '정상화' '합리화'라는 표현을 쓴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 똘똘한 한 채 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있었는데, 그걸 정상화하는 차원"이라며 "집값 안정이 주목표는 아니고, 세제 정상화가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주택 시장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남겼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부작용을 우려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주택자의 경우 보유만 한다고 해도 투기로 볼 수 없는데, 결과적으로 각종 예외를 명시하는 등 제도를 복잡하게 설계했다"며 "종부세의 경우에는 보유세 정상화 방향이 아니라 부유세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보유세 증가에 따라) 장기적으로 (세 부담이) 전세로 전가되는 건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종부세가 강화되면 (본인이) 들어가 산다고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자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셈법도 달라질 전망이다.
개편안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초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지만 서울 집값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강남에서는 고령 장기보유자의 매물을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가 받아가는 '세대교체'가 나타나고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 가격대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시장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은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면서 비거주·초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보다 투기 목적의 보유 유인을 줄이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라 고가·비거주 주택의 매도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과거 다주택자에 집중됐던 과세 강화가 고가 1주택까지 확대되고 보유와 양도 단계의 부담이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고가 1주택자를 핀셋 정조준한 대책"이라며 "강남권 핵심지역의 매물 출회 압박 가중과 매수심리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일정 수준의 매물 출회는 불가피하고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장기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부담 증가가 실제 매물 증가와 강남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공급 부족과 핵심지역 선호가 여전한 데다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도를 고민하더라도 양도 단계의 세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실장은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매물 잠김과 거래 동결, 관망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매물이 나온다면 이를 누가 받아갈지도 변수다. 대출 규제로 일반 실수요자가 수십억원대 고가주택에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가 매물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남 연구원은 "강남 핵심지역 중 손바뀜이 덜한 재건축 시장은 매도 수요가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4050세대를 통해 강남 안에서도 세대교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장기 거주 고령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고자산 젊은층이 새로 유입되면서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똘똘한 한 채' 공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초고가주택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급지 선호 자체가 약해지기보다 실거주가 가능하고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특정 가격대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 해당 지역의 집값을 자극해 또 다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 랩장은 "앞으로는 20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주용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도 "똘똘한 한 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건이 좁아질 뿐"이라며 "집중은 완화되지 않고 재편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비거주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하면 전세 매물이 줄고 임대를 유지하면 늘어난 보유비용이 월세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실거주 전환과 월세화가 맞물리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제개편이 주택 보유와 수요의 흐름을 바꿀 수는 있지만 집값을 결정하는 구조적인 요인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세제는 분배의 도구지 공급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가 줄지만 그렇다고 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집값의 상승·하락 폭은 결국 금리와 대출, 공급 여건에 좌우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