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체감온도 38도, 위험단계 진입…AI가 폭염사고 막는다

김지영 기자
2026.08.07 04:30

[건설업의 AI 대전환]⑥AI안전상황센터 운영하는 롯데건설

[편집자주] AI가 건설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설계 자동화부터 공사비 예측, 안전관리, 현장 로봇, 고객 서비스 혁신까지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 특유의 낮은 생산성과 인력난, 안전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AI가 주목받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은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자체 플랫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AI 전략과 현재 수준, 향후 청사진을 집중 점검한다.
롯데건설 AI 기반 건설현장 혁신/그래픽=윤선정

# 수은주가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오후 롯데건설의 한 수도권 공사현장. '삐~'하는 경고음과 동시에 관리자 휴대전화에 알림이 도착한다.

"체감온도 38도, '위험' 단계 진입."

그 즉시 작업자들은 일손을 멈추고 시원한 그늘로 이동한다. 과거라면 개인의 체감과 경험에 의존했을 '작업 중지' 판단이 이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가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닌 '사고 이전 차단'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건설이 AI를 앞세워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안전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롯데건설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핵심은 'AI 안전상황센터'다. 롯데건설 본사에 구축된 이 센터는 전국 약 80개 건설현장의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현장 곳곳에 설치된 온·습도 센서가 5분 단위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AI는 이를 바탕으로 체감온도를 산출해 현장의 위험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다.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어서면 '위험' 단계로 분류되며 즉시 경고 알람이 본사와 현장 관리자에게 동시에 전달된다.

이 같은 시스템은 기존의 '사후 보고형 안전관리'와 대비된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이후 보고와 대응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위험 징후 자체를 조기에 포착해 작업 중단, 휴식 확대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선제 조치가 가능하다. 특히 폭염과 같은 기후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대응의 효과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현장 대응 체계도 구체화됐다.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는 작업시간을 조정하고 33도 이상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의무화한다.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긴급 공정을 제외한 야외 작업이 중단된다. 여기에 냉방시설과 식수 공급, 이동식 휴게시설, 간식트럭 운영까지 병행되며 현장 체감 안전 수준을 높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또 '웨어러블' 기술을 접목해 개인 단위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근로자가 착용하는 센서를 통해 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롯데건설은 비접촉 방식으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온열질환은 물론 근로자 개인의 건강 이상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AI는 안전뿐 아니라 '현장 운영 효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국어 번역 모델이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의사소통 오류는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롯데건설의 STT(Speech to Text) 기반 AI 번역 시스템은 한국어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제공한다. 단순 일상회화 수준을 넘어 건설 전문용어까지 반영한 것이 특징으로 현재 약 40개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AI 기반 설계 검토 기술도 확대되고 있다. 단열 설계 검토 시스템은 설계 도면을 자동 분석해 에너지 효율과 법규 충족 여부를 사전에 점검한다. 이는 시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를 줄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 설계 오류가 전체 하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갈수록 사전 검토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시공 단계에서도 AI의 역할을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대전 가오2구역 등 15개 현장에서 '흙막이 시공 안전 모니터링 기술'을 운영 중이다. AI가 지반 앵커의 이상 여부를 분석하고 흙막이 배면의 균열을 탐지해 붕괴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기술로 굴착공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 차원의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AI 기반 하자저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데이터 축적과 분석을 통해 반복 발생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바닥청소 로봇, 드론 점검 등 자동화 기술을 도입, 현장 관리의 정밀도도 높이고 있다.

롯데건설 본사 안전관리자들이 안전상황센터에서 전국 현장의 IoT 온∙습도계 가동상태와 실시간 체감온도를 모니터 링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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