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위축되는데 신고가 경신하고
매물 늘어나는데 가격은 우상향
전세품귀, 젊은층 비강남 매입 확산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리고,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오랜 철칙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이 경제학적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는데도 오히려 신고가가 터져 나오고,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데도 가격은 우상향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며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던 기존의 상식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요즘 주택시장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8977건)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5300건, 7월 5843건에 이어, 이달 말까지 집계될 8월 거래량 역시 5000건을 크게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 기간 월평균 거래량은 2006년 1월부터 올 7월까지의 역대 월평균 거래량(5736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월(0.9%)보다 6월(1.03%), 7월(1.09%), 8월(0.97%)에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9월 들어서도 오름세는 꺾일 줄 모른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지금의 장세가 과거와 같은 패닉 바잉(공포 매수)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가격이 오르려면 시장이 북적이고 거래가 폭발해야 한다는 기존의 정석은 요즘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강남권이 주춤한 사이 비강남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거래 증가가 전체 시장의 상승세인 것처럼 비쳐지는 이른바 '거래 착시'가 시장의 실제 흐름을 오인하게 만든다. 거래 위축이 곧 가격 정체나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매물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부활한 이후 매물은 완만한 증가세다. 우려했던 매물 절벽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9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7만2081건으로 중과세 부활 직전인 지난 5월 9일(6만8495건)보다 5.2% 늘었다. 공급이 늘었으니 집값 상승세가 당연히 꺾여야 한다는 단순한 추론에 빠지기 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물의 '총량'이 아니라 '어디에 쌓였느냐'이다. 최근 증가한 매물은 세금 압박이 본격화한 강남권과 용산 등 초고가 주택이다. 이들 블루칩 지역은 거래가 뜸해 매물이 쌓이고 있다. 반대로 비강남권 중저가 아파트에서는 거래가 늘면서 오히려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즉 지금의 주택시장은 중저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전체 매매가격을 위로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매물 총량의 증가라는 통계적 착시 뒤에 감춰진 시장의 이면이다.
흔히 전세가비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를 넘어서야 매매가격을 밀어올린다는 통념이 있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비율이 50.4%(KB부동산)로 이에 못 미친다. 수치상으로는 전세가 매매를 자극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세 매물이 없어 불안을 느끼는 젊은층이 비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매매로 선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세 품귀'라는 공급 부족이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월세 같은 주거 안정 없이는 매매 중심의 시장 안정도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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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의 서울 주택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단일 시장이 아니다. 가격대와 지역, 그리고 매매와 전세가 서로 다른 속도와 논리로 움직이는 분절된 시장이다. 서울 집값 상승은 고령자들의 '세금 포비아' 이면에 젊은 층의 주거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이라는 통계적 허상 뒤에 가려진 시장의 분절화와 참여자들의 심리적 비대칭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다만 거래가 받쳐주지 못하는 시장은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