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 무너질라… 맞대결 대신 '선별'

남미래 기자
2026.08.12 03:00

성수·여의도 등 정비사업 '대어' 대형사 잇단 단독 응찰
외형확대보다 수주 가능성 고려… '출혈경쟁' 부담도 커

8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현황/그래픽=임종철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인 성수·여의도·목동에서 공사비 10조원에 육박하는 시공사 입찰이 이달 잇따라 마감된다. 대형 사업장이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주요 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의 단독 응찰이 이어지면서 건설사간 맞대결보다는 각 사가 공들여온 사업장에 집중하는 '선별 수주'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성수3지구) 재개발 시공사 재입찰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1차 입찰에 이어 두 번째 단독 응찰로 유찰되면서 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성수3지구는 공동주택 2213가구 등을 짓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만 1조8275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에서 협업한 영국 건축설계사 포스터+파트너스와 함께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설계를 준비하는 등 일찌감치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한 목동신시가지 10단지도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예정 공사비 2조6135억원으로 목동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최대어지만 경쟁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조만간 재입찰에 나설 예정으로 2차 입찰에서도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수조 원의 알짜 사업장에서도 경쟁입찰이 잇따라 무산되는 것은 대형 건설사들이 외형확대보다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을 따져 사업장을 선별하는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여의도·목동 등 핵심 사업장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여러 사업장에 동시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정비사업 수주전에는 입찰보증금뿐 아니라 설계와 홍보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사업규모가 클수록 차별화한 설계와 금융조건 등을 제시하기 위한 부담도 커진다. 경쟁에서 밀리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고도 수주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이미 경쟁사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사업장에 뒤늦게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입찰을 앞둔 대형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오는 25일 입찰을 마감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기존 1584가구를 최고 59층, 2491가구로 재건축하는 여의도 최대규모 정비사업으로 공사비가 약 2조원이다.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등 7곳이 참석했지만 현재까지 삼성물산 외에는 뚜렷한 수주 움직임이 없어 단독 응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는 31일 입찰을 마감하는 성수2지구와 목동12단지도 각각 특정 건설사가 앞서 있다. 공사비 2조137억원 규모의 성수2지구는 DL이앤씨, 1조7888억원 규모의 목동12단지는 GS건설이 가장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인다. 현장설명회에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참석했지만 실제 경쟁입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요 정비사업은 입찰보증금만 수백억 원에 달하고 설계·홍보비용도 적지 않아 사업성이 좋더라도 경쟁입찰에 나서기 쉽지 않다"며 "대형 사업장이 한꺼번에 쏟아진 만큼 각 건설사가 공들여온 사업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