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경의선숲길 부지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며 서울시의 변상금 납부 의무가 확정됐다. 서울시는 판결을 수용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한편 경의선숲길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공단과 운영·관리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2일 국가철도공단이 부과한 경의선숲길 부지 변상금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 대법원 판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변상금 납부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날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421억원의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시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변상금 납부 등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는 이번 판결이 경의선숲길의 공익적 가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경의선숲길이 과거 철도로 단절됐던 도심 공간을 녹지로 재생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도심 생태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국가철도공단과 협의를 통해 경의선숲길의 운영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소송을 계기로 지자체가 국유지를 활용해 공원 등 공익성이 높은 사업을 추진할 때 과도한 재정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국유재산의 공익 목적 활용에 대한 무상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아 국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조성을 위해 사용해 온 철도 지상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경의선숲길은 효창공원앞역에서 가좌역까지 약 6.3㎞ 구간에 조성된 공원이다. 폐선된 철도 공간을 녹지로 재생한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업으로 이른바 '연트럴파크'라는 이름으로 시민과 방문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은 2010년 12월 경의선 지상부지 공원 조성을 위한 부지 사용에 협조하고 향후 관련 부서 간 협의를 통해 국유재산 처리 문제를 합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1년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국유재산의 무상사용 기간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다. 공단은 같은 해 7월 서울시에 경의선 지상부지 무상사용을 허가했고 이후 한 차례 갱신을 통해 사용 기간을 연장했다.
서울시는 무상사용 기간이 끝난 뒤에도 추가 갱신을 요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공단은 서울시가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경의선숲길 지상부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며 네 차례에 걸쳐 총 421억여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서울시는 공단과 체결한 협약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무상사용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변상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서울시와 공단 사이에 경의선숲길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공원 시설이 존치하는 동안 경의선 지상부지를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거나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단의 변상금 부과가 신뢰보호원칙이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렸다.
서울시가 주장한 국토계획법상 인허가 의제 규정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규정이 적용되려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에 해당 재산의 사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고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당시 서울시와 공단 사이에 지상부지 무상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소송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도심 속 쾌적한 녹지 공간으로 시민의 일상이 된 경의선숲길의 공익적 가치가 다소 빛바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 결과를 수용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