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억 내라고?" 재건축 덮친 재초환…집값 잡으려다 되레 올리나

김지영 기자, 김효정 기자
2026.09.10 06:30

[재초환 지뢰밭](종합)

'2.2조' 재초환 청구서 날아온다…용산 한강맨션 1인당 6.8억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예상 단지 수와 부담금 규모/그래픽=임종철

서울 재건축 사업장에 수천억원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재초환)' 청구서가 예고됐다. 가장 많은 부담금이 예상되는 반포3주구가 5149억원, 2위인 용산 한강맨션이 4722억원 규모다. 특히 조합원 수가 적은 일부 단지는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6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9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에서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46곳이다. 이들 단지의 예상 부담금 총액은 2조1690억5099만원에 이른다.

총 부담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로 5149억4844만원이다. 이어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4722억5528만원, 영등포구 신길10 1435억8029만원 순이다. 상위 3개 단지의 부담금만 1조1307억1300만원으로 전체 예상 부담금의 52.1%를 차지한다.

단지 규모와 조합원 수에 따라 체감 부담은 달라진다. 조합원 수가 1600명을 웃도는 반포3주구는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이 약 3억20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조합원 694명인 한강맨션은 1인당 부담금이 약 6억8000만원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551명인 신길10도 1인당 부담금이 약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재초환 예상 단지는 지난해 37곳에서 올해 46곳으로 9곳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8곳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3구에만 25개 단지(전체의 54.3%)가 몰렸다. 46개 단지에는 반포3주구와 한강맨션, 신길10을 비롯해 신반포21차, 신반포18차, 개포주공5단지, 잠실우성4차, 한남하이츠, 개포주공6·7단지 등이 포함됐다.

재초환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 서울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사업장별 초과이익 규모가 커졌고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금액도 상당 수준 불어났다.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개별 단지의 재건축 사업성뿐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의 사업 추진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래미안트리니원 '50억→57억' 재초환 부담에 '집값' 또 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예상 단지별 1인당 부담금/그래픽=임종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다시 정비사업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부담금 규모가 크게 불어나면서 집값 상승이 부담금을 키우고 덩치가 커진 부담금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재초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규모가 가장 큰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로 예상 부담금은 5149억4844만원에 달한다.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은 지난 7월 준공인가를 받아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재초환 관련 규정에 따라 준공인가 후 5개월 내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가 진행해야 한다. 이에 연내 조합원들에게 실제 청구될 금액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예상 부담금을 조합원 수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억2000만원 수준이다. 서초구청도 조합에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안내하는 등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에서 사업 개시 시점의 가격과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초과이익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담금을 부과한다. 재건축을 통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할수록 환수 대상인 초과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수억원에 달하는 재초환 부담금이 집값을 재차 밀어올리는 모습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 7월 50억4299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8월에는 57억원까지 뛰었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이 더해지며 집값이 단기 급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초환이 당초 취지와 달리 재건축 단지 집값 급등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강남권을 넘어 고가 재건축 단지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용산 한강맨션처럼 재건축 사업을 전후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단지는 부담금 규모가 구체화할수록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 서울시 자료상 한강맨션(총 부담금 4722억원)의 조합원 1인당 예상 부담액은 6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성 악화도 문제다. 부담금이 커질수록 조합원이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고 공사비 상승과 맞물릴 경우 조합의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부담금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거나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추진이 늦어지는 단지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서울 도심의 신규 주택 공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재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현금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매매가는 물론 매매 의사가 없는 조합원의 전월세 가격에도 전가돼 전체적인 주거비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하고 차익이 실제 실현될 때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금도 없고 추가 대출도 어려운 조합원에게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을 내도록 하면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등 가계와 경제 전반에도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조'만큼 쌓이는 '불안'…재건축 46개 단지, 좌불안석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실제 부담금 부과와 징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서울 재건축 단지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실제 청구서보다 '언제, 얼마를 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조합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1인당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10~50%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사업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에서 사업 개시 시점 가격과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공사비·조합 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제외해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부담금은 준공인가 이후 확정된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준공인가일부터 5개월 이내에 결정·부과하며 결정·부과와 징수 권한은 해당 정비사업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돼 있다. 지자체는 조합으로부터 사업비와 주택가격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부담금을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용이나 주택가격 등이 어떻게 인정되느냐에 따라 최종 부담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9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8월 기준 46곳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 37개 단지에서 1년 새 9곳이 늘었다. 조합원 1인당 예상 부담금은 평균 1억2174만원에 달한다. 재초환 부담을 안고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지만 실제 부담금이 확정·부과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최근 준공인가를 받은 반포3주구도 부담금 부과 절차에 들어갔지만 최종 부담금이 확정되고 실제 납부까지 이어지는 시점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업이 끝나면 부담금을 확정해야 하지만 주택가격과 개발비용 등 산정 과정에서 변수가 많은 데다 조합과 지자체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행정절차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실제 청구서보다 '예정 부담금'이 장기간 사업의 변수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역시 각 단지의 예상 부담금은 향후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최종 부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의 불확실성이 사업성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추가 분담금과 일반분양 수입 등을 따져 사업성을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과 같이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여기에 더해 입주 뒤 찾아올 수억원의 재초환 부담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정작 재건축 부담금 폭탄에 좌불안석인 주민들의 부담을 모른척하는 것은 정책 모순"이라며 "부담금 때문에 살던 집을 팔아야 하고 노후 계획까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장기보유·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덜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담금 현실화하는데…'재초환 폐지법' 2년째 국회서 '낮잠'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인센티브를 제공해 2030년까지 약 23만4000호 규모의 도심 주택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6.08.13.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 조합원 1인당 수억원대 부담금이 예상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손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에는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부터 일부지역 면제, 부담금 감경 요건 보완까지 서로 다른 방향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진전된 논의는 없다. (관련기사: [단독] '2.2조' 재초환 청구서 날아온다…용산 한강맨션 1인당 6.8억)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관련 법안은 김은혜·곽규택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식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건이다.

가장 먼저 발의된 법안은 김은혜 의원이 2024년 6월 내놓은 이른바 '재초환 폐지법'이다. 재건축부담금이 조합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사업성을 떨어뜨려 효율적인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으므로 현행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같은 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11월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쳤으나 이후 추가 심사 없이 계류돼 있다.

여당에서도 지난해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초환을 장기간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건축 사업은 추진부터 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 유예로는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고강도 규제를 담은 10·15 대책 발표 직후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에서 재초환 완화·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남 등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당내 비판에 부딪히며 진전되지 못했고 이후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장이 지난 1월 발의한 개정안은 재초환 제도 자체보다 장기보유 1주택자의 부담금 감경 요건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정 기간 이전에 처분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재건축 대상 주택 이외의 '다른 주택'으로 보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회부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재초환 적용 대상에 지역별 예외를 두는 법안도 등장했다. 곽규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인구감소지역에서 시행하는 재건축과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건축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인구 유입이 시급한 지방에 서울·수도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곽 의원 안은 서울 주요 단지에 예상되는 수억원대 부담금을 직접 줄여주는 법안은 아니다. 그러나 전면 폐지 대신 지역 여건에 따라 재초환 적용 범위를 달리하는 첫 입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여당 원로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재초환 폐지에 신중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어도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은 지난 7월31일 국토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전체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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