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분들을 잃었다. 이렇게 빨리 물러날 분들이 아니다"
지난 6일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이끌던 3인의 임원이 자진 사퇴한 후 하나금융 한 관계자의 말이었다. 이날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우공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정진용 하나금융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담당 전무가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법원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합병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 합병이 6월 말 이후로 미뤄지면서 이들은 책임을 졌다.
불필요한 논란의 차단을 위해 책임있는 임원들을 '읍참마속(泣斬馬謖)'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선 이들을 비롯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잃어버린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앞서 "양행 통합이 가시회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던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은 약속대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초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도 통합 추진 과정에서의 노사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떠나야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2년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했던 김종열 전 하나금융 부사장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대의를 위해 물러나겠다"며 사퇴한 바 있다.
최근에는 외환은행 노조의 협상 파트너인 김한조 외환은행장 마저 입지가 예전같지 않다. 노조는 지난해 3월 김 행장의 선출 및 취임 직후에는 내부출신 은행장에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이제는 오히려 김 행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인용으로 공식적인 통합 절차의 문은 당분간 닫혔다. 그러나 통합도 '사람의 일'인 만큼 대화의 문은 열 수 있다.
현재 협상의 주도권은 노조가 쥐고 있다. 노조도 무조건 '5년간 독립 경영'이라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만을 고수하는 건 아니다. 진정 외환은행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라는 것이고 이것을 놓고 사측과 시각차가 존재할 뿐이다. 6월 말까지 통합 절차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노조가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측도 어차피 합병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조의 대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법원 결정이 없었더라도 어차피 대화는 계속해야 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계속된 통합 난항으로 외환은행이 '대선배'인 김 행장마저 잃게 된다면, 과연 노조에게도 무엇이 이득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외환은행 내부의 목소리도 곱씹어야 할 때다. 결론이 무엇이든 하나·외환은행이 수십년 동안 키워 온 아까운 인재들을 더 이상 잃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