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험사, 보험대리점에 임차비 3천억 우회지원 금지

권화순 기자
2016.02.04 03:30

28개 생보사, 보험대리점 188곳에 임차비 3062억원 우회지원.. "비교판매 안되고 모집질서 혼탁원인"

생명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 100인 이상을 보유한 보험대리점(GA)에 3000억원이 넘는 사무실 임차비를 우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대리점은 임차비 지원을 받은 보험사 위주로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해 민원유발의 온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오는 4월부터 이러한 임차비 우회 지원을 전면 금지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100인이 넘는 보험대리점 188곳이 28개 생보사로부터 총 3062억원 규모(잔액기준)의 막대한 임차비를 우회지원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00인 이상 대형 보험대리점 37곳이 받은 금액은 무려 2246억원으로 전체의 73.3%에 달했다.

특히 설계사 1만명이 넘는 A대리점은 지원받은 임차보증금이 310억원이었고, 역시 1만명 이상 설계사를 보유한 B대리점의 경우 120억원을 지원 받았다. 설계사가 6000명에 육박한 C대리점은 250억원의 임차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대리점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어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비교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특정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임차비를 지원받는 대신 그 보험사에게 신계약 실적을 몰아줬다. 예컨대 임차비를 연 6% 이자로 월환산한 뒤, 월환산금액의 1.5배~2.5배에 해당하는 신계약 실적을 특정 보험사에 몰아주는 식이다. 실적이 미달하면 부족분만큼 보험사에 토해내야 한다.

한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강남 대형 빌딩을 통째로 사무실로 쓰는 D대리점의 경우, 층별로 각각 임차비를 지원하는 보험사가 정해졌다"며 "보험사들은 임차비를 지원하면 일정 금액 이상의 신계약 실적을 확보할 수 있어 보험사와 대리점간 '밀월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보험대리점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불완전판매하는 사례가 많고, 보험사도 높은 임차비로 인한 부담을 결국 보험료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초대형 보험대리점들은 지원 받은 임차비를 '미끼'로 덩치를 키웠다. 우수죽순으로 '지사'를 모집, 별도로 움직이는 '지사'들이 마치 한 대리점인 것처럼 동일한 간판을 썼다. 설계사 숫자가 많아야 보험사와의 수수료 협상권이 커지기 때문이지만 내부 통제는 전혀 되지 않는다. 500인 이상 대형 대리점의 경우 연간 수수료 수입이 2조7000억원이나 되지만 대리점별 자본금은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4월부터 보험대리점이 보험사에 임차비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이와 함께 보험대리점 설계사가 상품을 팔 때 유사한 상품 3개 이상을 고객에게 의무적 설명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차비 같은 금전적인 우회지원 연결 고리를 끊어야 불완전판매가 근절된다"며 "3개 이상 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취지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3000억원의 임차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보험대리점은 강력 반발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임차비 지원을 끊더라도, 결국 그만큼의 금액을 보험사들이 수수료율에 추가할 것"이라며 "실적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지는 만큼 보험대리점은 '지사' 매집은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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