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원유 7462만배럴 도입, 작년 월평균 87% 수준
톱티어 경쟁력으로 수입선 다변화, 중동 의존 56%로↓… 국내 정유4사 호실적 전망 속 리스크 대책 필요

이란사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되지만 에너지·석유제품 수급은 안정세를 보인다. 기업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호르무즈해협 리스크의 장기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지속가능한 경영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국내로 도입될 원유물량은 약 7462만배럴로 예상된다. 지난해 월평균의 약 87% 수준이다. 미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대체원유를 확보하면서 수급불안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달 원유수급에서 중동 의존도는 약 56%로 지난해 평균보다 1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프타 공급 역시 점차 정상화하는 흐름이다. 정부는 나프타 공급량이 평시 대비 85~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이란사태 이후 60%까지 떨어진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천NCC(60%→65%)와 대한유화(62%→72%)도 마찬가지다. LNG(액화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 등은 수입처 다변화를 기반으로 전쟁 중에도 원활한 공급을 진행해왔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뛰어난 외교능력과 세계 정유 5위국의 원유구매팀이 지난 60년간 수십 개의 판매·해운사와 성실히 쌓아온 관계 덕분일 것"이라며 "불안한 경제성에도 원유구매를 진행한 기업 경영진의 판단력, 세계 톱티어 고도화 설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사가 다루기 힘든 원유도 구입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원유도, 가스도 없는 나라"라며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및 석유제품 대란을 겪지 않은 것의 바탕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사태라는 위기가 오히려 한국기업들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중동, 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출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가 부각됐다. 중국(10%) 인도(19%)와 달리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출비중은 50~70%에 달한다.
이같은 환경은 '전쟁 중 호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국내 4대 정유사의 올해 1분기 합산영업이익이 5조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본다.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과거 값싸게 들여온 원료를 비싸게 가공해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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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급과 실적 모두에서 선방하는 모습이 지속가능한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일단 호실적의 상당 부분은 재고 평가이익에 기반한다. 지금과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최근 고가에 확보한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동 대체시장에서 꾸준히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전쟁장기화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를 키운다.
국내에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및 수출제한 조치가 지속돼 기업이 현재의 경영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후 폭증한 물류비는 2분기부터 본격 부담이 시작될 게 유력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에 '조 단위'의 최고가격제 손실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존재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이 조기에 열려도 공급망 재건에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장부상 호실적과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