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당늘려라" 최경환법, 금융사 거액 '환류세' 현실화

권화순 기자
2016.02.22 03:12

지난해 결산법인 첫 적용, '배당자제' 대형 생보사 환류세 130억 부과될 듯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투자와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환류세제는 지난해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부과되며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은행과 보험사는 올해부터 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돼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늘려야 하는데 세법상 투자와 배당을 늘리지 않으면 세금을 물게 돼 건전성 강화에 소홀하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인 A사는 2014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2015년 배당을 확정할 경우 환류세제로 물어야 할 세금이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생보사는 당기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비중인 배당성향이 매년 20%를 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A사에 대해 평소 "과도한 주주배당을 자제하는 대신 건전성 관리를 잘하는 회사"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환류세제가 첫 적용되면서 이런 '건전성 우선' 경영방침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 생보사 관계자는 "오는 2020년에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불가피해 배당을 늘리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배당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13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는 안건을 이사회와 주총에 올려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당기소득 30% 중 임금 증가액과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10% 과세하거나 당기소득 80% 중 투자, 임금 증가액,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10% 과세하는 제도다. 당기소득이란 법인세법상 소득에서 법인세액, 상법상 이익준비금, 법령상 의무적립금을 차감한 금액이다. 내부유보금을 줄이는 대신 투자 확대와 임금 증가, 배당금 증대를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최 전 부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경우 인수·합병(M&A) 외에는 공장이나 시설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고임금'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 임금을 인상하기도 어렵다. 환류세를 내지 않으려면 결국 배당을 늘려야 한다. 계산을 해보면 배당성향이 30%를 넘지 않는 금융회사는 지난해 결산에서 환류세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는 자체 자금이 아닌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회사인 만큼 주주배당 못지 않게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은행권은 올해부터 '자본보전완충자본' 등 바젤Ⅲ 추가자본 규제로 인해 자본 확충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보험사는 2020년에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추가로 쌓아야 할 준비금만 52조원 가량으로 추정돼 '생사기로'에 놓였다. A사가 배당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고 굳이 세금 부담을 안으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면 올해 안에 보험사 자본규제 강화 방안(장래손실보전준비금)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규제 강화로 보험사가 준비금을 더 쌓게 되면 이 준비금을 환류세제상 예외적용(법령상 의무적립금) 받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금융위와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란, 정부가 기업의 투자와 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기업이 당해년도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배당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 정부가 법인세와 별도의 세금을 부과한다. 20014년 제정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적용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