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간 상품 경쟁이 본격화되면 차라리 예전처럼 규제를 다시 해달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금융당국 관계자)
"중소보험사 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경쟁 압박이 너무 크다 보니 (규제를 하던) 예전이 더 나은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큰 회사도 상품 하나 잘못 만들었다가는 휘청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
보험업계가 '신(新)경쟁시대'를 맞았다. 보험상품 가격 자유화 시행으로 살벌한 경쟁이 시작됐다. 자유에 책임이 따르듯이 자칫 상품 하나 잘못 만들었다 회사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1993년 이후 22년만에 보험업권의 규제 빗장을 풀었다. 사실상 당국의 인가제도로 운영되던 보험 상품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상품 설계는 물론 가격까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붕어빵'처럼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 똑같은 가격으로 파는 유통 중심의 경쟁 구조를 탈피해 상품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보험상품 가격 자유화 시행으로 업계는 올 들어 일부 상품에 대한 가격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온라인 채널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저해약환급금 적용이나 최저해지환급금 폐지 등을 통해 보험료를 낮춘 상품을 출시했다. 반면 손해율이 높았던 실손의료보험은 회사별로 18~27% 가량 보험료를 인상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도 나오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의 보험료 인상은 그간 금융당국의 감독하에 비정상적으로 억눌렸던 가격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다. 올 들어 웨딩보험, 한방보험, 유병자보험 등 기존에 없던 다양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을 뒤흔들만한 이른바 '킬러 상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사전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소비자보호를 위해 사후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보험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지만 옛날로 돌아가기엔 늦었다. 보험업계가 말 그대로 '알아서 잘하는' 노력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