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연금 세제혜택 더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7.01.06 05:35

[기고]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회적 준비 없는 고령사회화와 부모 부양, 자녀 교육에 시달린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노후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국민연금기금이 잘 관리된다고 해도 보험료율이 9%로 유지되는 한 국민연금은 어차피 2060년대가 되면 적자가 된다. 현재 제도하에서 40년을 가입하고 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료율은 9%가 아니라 15% 수준이기 때문이다.

2060년 이후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은 그날부터 30-40%씩 깎아서 지급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젊은 근로자들이 노인들의 연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은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서 법적 계약에 의해 성립된 것이고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를 이중, 삼중으로 지속적으로 받는다. 또 거의 완전 적립을 전제로 운영돼 연금 수급이 보장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노후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동시에 사적연금에도 의지해야 한다. 이는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선진국의 연금정책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사적연금을 근로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쌓도록 유인하는 최선의 정책은 세제 혜택이다. 한국은 2014년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소득계층간 형평성을 이유로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의 근로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국내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20대에 2000만원대의 연봉으로 시작해 40대 가장이 돼야야 비로소 5000만원 이상의 연소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50세 전후에 퇴직하게 된다. 근로자들이 연소득 5000만원대에서 세제혜택을 받는 기간은 길어야 10년일 가능성이 높다. 연소득 5000만원 이상 근로자에게 세제혜택을 줘봤자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득이 넉넉한 근로자들이 노후대비를 위해 개인연금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2014년 바뀐 개인연금 세제를 저소득 근로자들은 세액공제로, 고소득 근로자들은 소득공제로 각자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장기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축소한 것도 고령사회에 어긋나는 조치다. 자발적 노후대비를 장려하기 위해선 오히려 세제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 퇴직시까지 적립한 노후자금을 효과적으로 연금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의 근로기간 중에 자발적인 노후대비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장기 적립 형태의 사적연금에는 최대한의 유인효과를 주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세제헤택을 통한 노후대비 유인제도를 축소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정부의 노인 부양비용을 늘려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연금에 가입하면 납부할 세금이 없는 근로자들에게는 부(-)의 소득세를 도입해 세액공제액만큼 지원해줘야 한다. 이러한 현금 지원을 독일에서는 리스터연금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도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개인연금과 장기 저축성보험은 부자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진짜 부자들은 돈이 많아 굳이 돈을 오래 묶어 둬야 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없다. 연금은 근로소득밖에 없어 퇴직하면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인 근로자, 안정적 노후를 원하는 중산층에게 필요한 최고의 노후상품이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청년시절부터 노후안정을 준비하도록 유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국민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연금 적립을 가능하게 하는 세제가 확립되지 않으면 노후 빈곤인구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들에 대한 부양은 막대한 세금으로 우리의 자식세대가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은 청년들이 사적연금의 적립을 소홀히 하게 한 결과에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