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팔면 끝" 규제 무풍지대서 18년간 덩치만 키운 GA

전혜영 기자
2018.08.29 18:46

["팔면 끝" 보험 GA의 그늘]<2>규제 사각지대, 배상책임도 없어 "팔면 끝" 불완전 판매 온상

[편집자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GA(보험대리점)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많아졌다. 대형 GA는 웬만한 중소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졌지만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보험시장 지배력을 키워온 GA의 실태와 문제를 살펴봤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GA(보험 독립대리점)는 2001년 국내 보험시장에 본격 등장한 후 18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대형 GA는 웬만한 중소형 보험사보다 소속 설계사가 더 많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비켜나 있는데다 기본적인 내부규제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아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불완전판매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년간 덩치만 키운 GA, 전속 제치고 판매채널 제패=GA는 1970년대 말부터 자동차보험 위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보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GA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00년대 들어 만기 2년 이상으로 판매(모집)수수료가 높은 장기보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다.

GA는 높은 수당을 ‘미끼’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고 인수·합병(M&A)을 반복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2002년에 약 3만여명에 불과했던 GA 소속 설계사는 지난해 21만8000명으로 7배가량 불어나며 보험사 전속 설계사(18만9000명)을 제치고 대면 판매채널을 제패했다.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GA는 2014년 말 37개에서 지난해 말 56개로 늘었고 설계사가 3000명 이상인 대형 GA만 해도 13개에 달한다. 생명보험사는 상위 10개사, 손해보험사는 상위 5개사를 제외하면 전속 설계사가 2000~3000명 수준으로 대형 GA보다 적다.

GA는 외형 성장에 따라 시장지배력도 커졌다. 손해보험업계에서 GA에서 팔리는 신계약 비중은 35%에 달한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업계에서도 방카슈랑스를 제외한 신계약 중 GA가 차지하는 비중이 25%까지 높아졌다.

◇GA, 커진 영향력에 맞는 관리 시급=대리점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대형 GA의 보험 판매력은 커졌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는 소규모 대리점이 자동차보험을 팔던 40년 전에 머물러 있다. GA에 대한 내부통제, 공시의무, 보고의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GA는 보험사와 달리 업무 수행시 준수기준이나 절차, 내부 점검, 규정 위반시 제재기준 등이 없는 곳이 많다. 일부 대형 GA는 내부규율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하지만 내부 점검 결과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설계사 500인 이상 GA는 내부통제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 준법감시인을 둬야 하지만 준법감시인의 자격 요건만 있을 뿐 업무와 역할에 관한 세부규정이 따로 없어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GA는 중소형 대리점간 연합체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통제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내부규율이 약한 이유로 꼽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판매 책임을 보험사가 지고 GA는 소비자 보호나 계약관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보니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행태가 굳어졌다”며 “불완전판매, 불건전 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규모에 걸맞은 내·외부 규제와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GA는 설계사처럼 대리점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연수과정만 이수하면 등록할 수 있어 큰 문제를 일으켜 금융당국에서 영업정지 처분 등의 제재를 받더라도 차명으로 또 다른 GA를 설립해 제재를 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감독 안 하나 못하나, 손 놓은 금융당국=GA 검사는 금융감독원 보험영업검사실에서 담당하지만 법인 GA만 4500여개에 달해 세밀한 검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금감원으로선 이미 제도권에 들어와 있는 50여개의 보험사를 감독하는 편이 4500여개에 달하는 GA를 규제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효과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GA가 단기간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금융당국이 체계적으로 규제의 틀을 마련할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며 “GA가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검사와 감독에 한계가 있다면 보험사와 덩치가 비슷해진 대형 GA에 대한 규제라도 철저히 해야 하는데 GA를 아예 방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GA에 포진해 있어 규제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상위 20개 GA 중 절반이 넘는 15개사 이상에 금감원 퇴직 직원이 감사와 고문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일례로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는 A대리점은 금감원 출신 S씨가 고문을 맡고 있고 7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거느린 B대리점은 금감원 출신인 L씨가 감사로 일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주로 팀장급 이하 직원들이 GA로 자리를 옮긴 거라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금감원 검사를 받아보면 임원보다 실무 담당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대형 GA의 경우 금감원 출신이 없는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