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 금융기관 지방이전 재점화...정책금융 경쟁력 '흔들'

지선 앞 금융기관 지방이전 재점화...정책금융 경쟁력 '흔들'

박소연 기자, 김도엽 기자
2026.05.05 16:54

여야 모두 IBK기업은행 대구행 공약…금융위·금감원 지방이전설도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구상이 6·3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지자체별 정책금융기관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다. 지방 균형발전 명목으로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설이 반복되면서 본연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대구광역시장 후보들은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공약으로 내놨다. 기업은행 대구 이전 논의는 2019년 곽대훈 당시 한국당 의원(대구 달서갑)이 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대구광역시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이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구시가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체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대구에 위치해 기업은행과 연계해 적극적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이뤄질 경우 지방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지선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 이어 여당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에 대기업이 없어서 중소기업 비중이 전국에서 제일 높다"며 "여야가 같은 의견인 데다 이재명 정부도 2차 지방이전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이달 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치적 지방이전 저지와 금융경쟁력 사수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의 본점 이전 공약은 금융노동자의 주거권·생존권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도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은 대선 준비 과정에서 금융노조와 금융 중심지 정책을 추진하고 무분별한 지방 이전의 폐해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면서 "이중·삼중으로 약속을 해놓고도 기업은행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정부의 발표가 없고 선거공약 차원이라 입장을 내기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뿐 아니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2차 지방이전 대상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유세 때 공개적으로 부산 이전을 철회했음에도 박형준 부산시장(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이 산은 부산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책금융기관 지방 이전 공약이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조직 사기 저하와 인재 이탈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은행의 경우 평소 연평균 퇴사자가 30~40명 수준이었다가 부산 이전설이 공식화된 2022년과 2023년에는 연간 100명 가까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그래도 시중은행 대비 국책은행의 임금이 낮아 젊은 인재들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직률까지 높아지는 것이다. 국가 전략산업 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해야 할 국책은행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2차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동요가 적지 않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세종 이전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선을 긋고, 이찬진 금감원장도 ''감독기관이 현장을 떠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우려가 제기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중동상황 피해업종 관련 산업ㆍ금융권 간담회(철강)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7/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중동상황 피해업종 관련 산업ㆍ금융권 간담회(철강)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7/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금감원은 최근 1980년대생이 노조 위원장이 되면서 지방 이전이 공식화되면 목소리를 적극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원장이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이 밀면 그대로 갈 수 있단 우려가 여전하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결과 이후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에는 각각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감원도 법적으로 주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다. 국회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과 수은, 기은, 예보를 산은과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 기업은행 대구 이전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발표하면 관련 법안 논의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9일 발간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에서 "미혼 독신자를 포함한 가족동반 이주율, 주민등록인구등은 목표치에 미달했다"며 "공공기관 이전 전후 퇴사율은 기관 이전 전 2.66%에서 기관 이전 후 3.11%로 증가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시 퇴사자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도 경쟁력을 위해 주요 본부를 서울에 유치하는데, 금융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을 지방에 이전한다고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생길지 의문"이라며 "실제 지역균형 발전 목적이 달성될지 효과성을 검증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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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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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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