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월10만원 보험 팔면 수당 160만원…보험시장 '갑' 된 GA

권화순 기자
2018.08.29 18:44

['팔면 끝' 보험 GA의 그늘]<1>불 붙은 시책경쟁..GA에 줄서는 보험사

[편집자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GA(보험대리점)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많아졌다. 대형 GA는 웬만한 중소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졌지만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보험시장 지배력을 키워온 GA의 실태와 문제를 살펴봤다.

“시책(특별수당) 600%는 말도 안되죠. 하지만 시책이 낮다고 GA(보험 독립대리점)가 우리 회사 상품을 안 팔아주면 어떻게 합니까. 실적이 확 주는데. (GA가) 달라는 대로 (시책을) 줄 수밖에요.”(한 보험사 GA 담당 직원)

지난해 말부터 손해보험사들 사이에 GA 시책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시책은 보험사들이 GA에 자사 보험을 파는 대가로 지급하는 판매(모집)수수료 외의 수당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계약의 절반 이상을 GA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경쟁 보험사의 시책에 예민하다. GA는 시책을 많이 주는 보험사 상품을 많이 팔기 마련이다.

시책 경쟁에 불을 당긴 보험사는 중형사인 A사다. A사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GA를 통해 모집한 보험계약에 시책으로 ‘월납 초회보험료의 600%’를 걸고 나섰다. GA 소속 설계사가 A사의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을 팔면 모집수수료 외에 특별수당으로 6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설계사들은 월납 초회보험료의 6~10배인 60만~100만원를 모집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상품을 하나 팔면 특별수당까지 최대 1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태껏 상상할 수 없었던 시책이 제시되자 일부 GA에서는 ‘가라계약’(가짜계약)이 등장했다. 설계사나 GA 법인 대표가 본인 돈으로 보험료를 내고 일반 보험가입자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GA 대표는 설계사가 받는 시책과 별도로 법인에 떨어지는 시책 200%를 추가로 받아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한 계약당 수당을 최대 180만원까지 챙길 수 있다.

수당은 13개월에 걸쳐 나눠 받는 만큼 13회차까지 총 13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계약을 해지하면 가만히 있어도 50만원의 차액을 벌 수 있다. 이런 보험계약을 10건만 해도 500만원이 남는다. GA 대표들은 ‘가짜’ 보험계약자 대신 내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해 항공사 마일리지까지 꼼꼼하게 적립해 해외여행에 이용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시책은 현금뿐 아니라 각종 상품권이나 세탁기, 청소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몇 개월 연속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한 설계사는 동남아시아나 유럽 여행권도 특별수당으로 받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책 600%가 나왔을 때 차익거래 위험요인이 있어 금방 사라질 줄 알았지만 GA들이 A사 수준으로 시책을 주지 않으면 더이상 우리 보험을 팔아줄 수 없다고 버텼다”며 “‘울며 거자 먹기’로 시책을 끌어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영업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보험사 직원들은 GA가 보험상품을 팔아주지 않아 실적이 곤두박질치면 곧바로 인사고과에서 감점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GA 개소식 등 각종 행사가 열리면 자비로 현금 봉투를 내미는 경우가 다반사고 GA 회식자리에 참석해 회식비를 대신 내주기도 한다.

GA도 할 말은 있다. GA 관계자는 “시책을 600%까지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들여서라도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게 보험사에 이익이 된다는 말”이라며 “실적이 필요할 때만 한시적으로 시책을 내걸 게 아니라 보험계약 모집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을 위해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이는 보험사와 이를 부추기는 GA의 이상한 ‘공생관계’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과다한 비용 지출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GA는 시책에 눈이 멀어 불완전판매의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두달간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속여 팔아 경찰이 집단민원을 제기했던 사건도 GA의 불완전판매가 원인이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GA에 대한 관리 감독을 보험사 감독처럼 철저하게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인 GA만 하더라도 4482개나 되는데다 GA들이 연합해 대형사로 몸집을 불려 수수료 수익을 올린 뒤 문제가 생기면 폐업해 버리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시책 경쟁이 벌어졌을 때도 근원지인 GA가 아니라 손보사를 검사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대형 GA가 금감원 출신의 팀장, 국장을 감사 등으로 영입해 금감원 검사의 ‘보호막’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속 설계사가 3000명이 넘어 웬만한 보험사보다 덩치가 큰 GA만 13곳”이라며 “이들 대형 GA만이라도 보험사 수준으로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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