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혁신금융' 확대에 대한 우려

이학렬 기자
2019.05.02 05:13

지난달 30일 ‘혁신금융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 킥오프 회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그룹 회장과 조우했다. 지난 2월 핀테크 금융혁신 간담회 이후 두 번째였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금융그룹이 마련한 핀테크 관련 행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회장들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지난달 3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8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11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12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등까지 일일이 각 금융지주의 행사장에 가서 이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당부한 것은 혁신금융에 대한 지원이다. 성장 정체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혁신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게다가 1분기 성장률은 -0.3%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를 기록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의 호소는 절실함과 진정성을 담은 것일 수 밖에 없다. 금융그룹 회장들도 화답했다. 은행권은 향후 3년간 기술금융 90조원, 동산담보대출 6조원, 성장성기반 대출 4조원 등 100조원을 혁신금융에 쏟아붓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신·기보에 1000억원을 특별출연해 일자리창출기업, 사회적경제 기업 등에 1조4000억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혁신금융 확대에 나섰지만 이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금융권이 혁신금융에 지원을 꺼린 건 그만큼 돈이 떼일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혁신금융으로 분류할 수 있는 ‘관계형금융’의 2017년 말 기준 연체율(금감원 조사)은 0.60%로 전체 중소기업대출 0.48%보다 높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지금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고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때보다 경기상황은 더 좋지 않다. 1분기 금융회사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내리막길로 접어든 모양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매각해 ‘깨끗한’ 대출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최근 현장경영을 다녀온 한 시중은행장은 “지방경기가 특히 좋지 않아 지방 소재 기업들의 연체율이 걱정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 은행의 부실여건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대출을 확대한 후 1~2년 후에 부실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원하지 않아야 하는 기업에 돈이 흘러가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는 게 자칫 몇 년 후 ‘제2의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 혁신금융을 강조하다 알맹이 없이 겉만 번지르르 한 기업에 돈을 퍼주다 부실화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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