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코인에서 예금으로…'무지성 영끌'은 옛말

박광범 기자
2022.03.14 14:20

[MT리포트-슬기로운 '김민지' 세대]

[편집자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서 살아가는 MZ세대는 금융에서도 이전세대와 다르다. 예전처럼 '금융문맹'으로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된다는 위기감이 돈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그들은 1원 단위로 쪼개 금융을 활용한다.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똑똑해진 그들이 '金민지(금융+MZ세대)'다.

#. 정부와 은행이 함께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에 약 290만명의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응답했다. 약 38만명의 가입자를 예상했던 정부는 예상치의 8배 가까운 수요가 몰리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MZ세대의 폭발적 반응에 정부는 7~8월쯤 청년희망적금을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주식과 코인 시장에서 '영끌' '가즈아'로 상징되던 MZ세대들의 투자 성향이 180도 바뀌고 있다. 대세 '금리상승기'에 접어든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자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예·적금 등 안전자산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무지성(지성이 없다는 뜻의 신조어) 영끌'이란 말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합리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희망적금이다. 정부가 이 상품을 설계했던 지난해 하반기 당시 코스피는 3200선이었고, 대표적 가상자산(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개당 80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MZ세대들은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까지 달려가 돈을 빌려 투자전선에 합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상품을 설계했을 당시 MZ세대의 지나친 '영끌' 투자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였다"며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자산 등 고위험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내외적으로 통화긴축 행보 시그널이 나온 이후부터 투자 성향이 급격히 바뀌면서 정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청년들이 청년희망적금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년희망적금 뿐 아니다. 얼마 전 저축은행들은 금리인상기에 이례적으로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를 내렸다. 예상 밖의 뭉칫돈이 파킹통장으로 몰리면서다. 과거와 달리 저축은행도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제공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누리려는 MZ세대들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파킹통장 가입자의 연령별 비율을 살펴봤더니 2030 비율이 60%를 넘어선다"며 "2030에겐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심리적 거리보다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이 좋은 금융사라는 실용적인 인식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고금리 예·적금을 향한 MZ세대들의 발길은 은행과 2금융권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신촌 새마을금고에선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손님이 몰리는 것)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5일간 하루 120명 선착순으로 오프라인으로 판매한 '도깨비적금 시즌6'(금리 최대 연 5%)에 가입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아침 7시30분에 도착해 38번 번호표를 받았다. 반차를 내서 다행이었다" "너무 추워 '현타'가 오긴했지만 이자를 받으면 재테크에 활용할 예정"이라는 등의 실시간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MZ세대들의 최근 투자 행태는 이들이 단순히 '한탕주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산증식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MZ세대는 경제적 측면에서 국민 소득 수준 향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된 상황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목격하며 예고 없는 위기로 한순간에 가정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세대기도 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도 삶의 유지를 위해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내부 직원 공유용으로 만든 'MZ세대의 특징과 금융산업에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MZ세대는 투자가 그나마 가장 공정한 게임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며 "공유경제에 익숙한 MZ세대지만 부동산 소유 욕구는 예상외로 높으며 재테크의 궁극적 목표는 '내 집 마련'"이라고 MZ세대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경제적 독립을 위한 내집마련과 직장을 떠나서도 삶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을 만큼의 자산 보유를 목적으로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예·적금 러시 행렬이 단순 저축 목적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는 인터넷에서 재테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게 일상화돼있다. 20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슈카월드'를 비롯해 각종 금융 관련 유튜브의 주타깃도 MZ세대다. 2030세대는 인터넷상에서 청년희망적금으로 연 0.38%의 추가 금리를 더 받기 위한가입일과 납입일까지 계산하며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김혜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온 밀레니얼세대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온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지칭될 정도로 MZ세대는 디지털에 친숙하다"며 "저성장이 고착화된 환경을 극복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저축보다 투자에 관심이 높고,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