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모두 대출 창구 닫히는데… 서울 아파트값만 뛴다

배규민 기자, 황예림 기자
2025.09.30 10:52
주택담보대출 잔액 비교/그래픽=윤선정

서울 아파트값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대출 시장은 정반대 흐름이다. 은행은 대출 잔액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보험사는 오히려 잔액이 줄며 '대출 절벽' 체감이 확산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26일 기준 60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559조8000억원)보다 48조원 넘게 늘었지만, 증가율은 크게 둔화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월평균 1%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9월 들어서는 0.07%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6·27, 9·7 대책을 통해 대출 한도 축소, 전입 의무 강화, 다주택자 규제 등을 잇따라 내놓은 결과 신규 수요가 빠르게 위축된 것이다.

보험권도 비슷한 흐름이다.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는 은행 규제의 '풍선효과'를 누리며 2022~2024년 매년 3~4%씩 잔액을 늘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을 정점으로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인다.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 역시 2022년 말 30조5600억원에서 2025년 6월 말 30조9600억원까지 소폭 늘었으나 7월 31조원을 넘어선 뒤 8월과 9월에는 다시 줄며 감소 국면으로 돌아섰다.

현장의 체감은 통계보다 냉랭하다. 규제 시행 직후 잠시 늘었던 신청 건수도 결국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총량규제를 넘을 만큼의 수요가 쏠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규 대출 축소에다 대환까지 막히면서 차주들 사이에서는 '다시 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당국 규제에 맞춰 보수적 운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문의는 꾸준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가 강해 물량 확대가 쉽지 않고 하반기엔 연초보다 취급을 줄이라는 지침까지 내려오면서 공급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금리 조정 등 공격적 영업 대신 한도와 금리를 보수적으로 운영해 대출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기조와 자체 관리 강화 방안으로 증가폭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실수요자 중심의 제한적 수요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대출 위축과 달리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권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처음으로 18억원을 넘어섰고 성동·마포 등 한강 벨트 지역에서는 억 단위로 가격이 뛰는 거래가 이어졌다. 은행 잔액이 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대출이 계속 풀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신규 취급이 급감해 대출 시장은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평가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며 동시에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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