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면 본국에서 신청하도록 규정을 바꾼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이민국(USCIS)은 22일(현지시간)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할 때 미국 밖에서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고국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특별한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학생·관광 등 비자를 받아 단기간 미국에 체류하다 취업하거나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얻는 사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과 임시 근로자, 관광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은 단기간 특정한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것"이라며 "우리 시스템은 미국 방문이 끝나면 떠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미국 방문이 영주권 취득 절차의 첫걸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책은 이민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인이 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면 불법 체류하는 이들을 찾아내 추방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USCIS는 다른 핵심 업무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매년 100만건 넘는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은 이미 미국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방침으로 영주권 신청자들이 상당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은 해외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보유하던 합법적 체류 자격을 잃고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여행 금지 조치한 국가나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한 국가 출신이라면 최소 3년에서 최대 평생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또 영주권 신청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영사관 예약은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 전부터 마감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본국에서 영주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수도 있다. 해외 영사관에서 비자 발급이 거부돼도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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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정책 변화로 영향을 받는 영주권 신청자 등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문직 비자(H-1B)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한화 약 1억5000만원)로 대폭 인상했다. 출범 초기 추진했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적법성을 둘러싼 연방대법원 판결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