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고환율에 분주한 금융권…자본비율·리스크 관리 총력

이병권 기자
2025.11.02 06:10
고환율 리스크 방어 나선 금융권/그래픽=김지영

원/달러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다양한 외부 요인에 하루 10원 가까이 오르내리는 '널뛰기' 등 변동성도 커졌다.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외환 리스크와 노출도를 낮추며 자본비율 방어와 대출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지주 임원과 은행 등 계열사별 전략담당 임원을 포함한 비상대응체계를 운영 중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환헤지를 실시하고 각 계열사의 외환 포지션을 관리해서 외환 노출도를 통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위기단계를 '주의'로 판단하고 실시간 외환 리스크에 대응 중이다. '주의'는 일일단위로 환율과 외화금리 등 주요 지표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위기인식 판단지표'의 진입 단계다. 가장 높은 '위기'까지 가면 부서장 협의체인 위기관리협의회가 가동되고 경영진이 모이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린다.

실무 단계에서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하나은행은 외환 유동성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헤지 회계와 외환 스왑을 통해 자산·부채의 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또한 위기대응협의회를 중심으로 파생상품 등 환율민감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권은 단기적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고환율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유동성 확보와 자본비율 관리 모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 차입금 평가액이 불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주주환원 정책과 CET1(보통주자본)비율 목표 간 균형 유지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실물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져 고민거리를 더한다. 자본건전성은 내부 조정이나 전략 수정으로 일부 방어가 가능하지만 기업의 원가 상승이나 환손실 확대는 금융회사의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라서다. 원화 약세로 수입원가와 비용이 늘면 중소 수출입기업의 상환능력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 연초 고환율 시기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환차손과 수입 원가 상승으로 경영 부담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이 환율에 민감할 경우 환차손이 영업이익 대비 최대 약 25%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고,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때 환차손은 평균 약 0.36%포인트(P) 증가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기업대출 부문에서 연체율 상승 압력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지원과 만기상환 조치를 실시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세부합의에 도달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원/달러 환율은 일단 1430원대에서 1420원대로 한풀 꺾였다. KB증권은 "이번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펀드 사항이 합의에 이르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달러/원의 단기적인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적잖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대미 투자 수행으로) 달러 순유출 규모 자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라며 "대미 투자로 인한 추가 프리미엄(상승)을 반영하면 올해 원/달러 환율 평균은 약 1441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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