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입찰 아니었다"...흥국생명, 이지스 최대주주·모건스탠리 고소

배규민 기자
2025.12.11 15:18

입찰가 유출·'프로그레시브 딜' 은폐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공방 확산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입찰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매각 측 주요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M&A 시장에서 보기 드문 입찰가 유출·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적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11일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 손모씨와 주주대표 김모씨, 공동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 한국IB부문 김모 대표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소인들은 내부적으로는 입찰 가격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공모했으면서도, 외부에는 일반 경쟁입찰 방식처럼 위장해 흥국생명을 포함한 참여자들에게 이를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이 같은 설명을 믿고 지난 11월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의 최고가를 제출했다. 경쟁자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은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했다. 그러나 고소장에는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 측이 흥국생명의 입찰 가격을 힐하우스에 전달하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힐하우스는 1조1000억원으로 가격을 올려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흥국생명은 이 과정이 "입찰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한 위계적 행위"라며 "정당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각자와 주관사, 특정 투자자 간 협의로 가격이 조정된 것은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손 씨는 이지스 발행주식 12.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매각 결정에 관여한 핵심 당사자이며, 김 씨는 주주대표로서 매각 절차를 주도한 인물이다. 김모 대표 등 모건스탠리 관계자들은 매각 실무를 총괄한 인물들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가격 형성과 경쟁 절차에 있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공정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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