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음주운전만큼 위험한 약물운전⑤

경찰 등 관계 기관이 약물운전 처벌 강화에 맞춰 혈중 농도나 복용 후 경과 시간 등 구체적인 단속 기준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연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법 시행이후 늑장 연구라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오는 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도 함께 신설됐다.
개정안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한다. 하지만 약물에 따른 혈중 농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약물운전도 음주운전처럼 일률적인 수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가 지속돼왔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일괄적인 수치를 적용하는 데 어렵다는 이유로 개정안 시행때까지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모호한 기준은 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로도 이어진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한 뒤 타인의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적발된 방송인 이경규는 지난해 11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반면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은 벽산그룹 3세 김모씨는 같은 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관계부처와 전문기관 등이 뒤늦게 과학적인 혈중 농도 기준 마련에 나섰지만 법 정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청은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과 '약물운전 혈중 농도 기준 도입 및 운전 금지 기준 검토' 연구를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국과수는 단속 약물을 선정하고 국내 검출 빈도가 높은 졸피뎀의 혈중 농도 기준 설정을 우선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약물운전자 적성검사 개선 등 관련 연구를 맡는다. 다만 경찰은 이번 연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대한약사회는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한 386개 약 성분을 담은 '운전 주의 약물 리스트'를 공개했다. 다만 해당 리스트는 법적 기준이 아닌 참고 자료에 그친다. 약사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청에 공식적인 지침 마련을 요청한 상태다. 국가권익위원회도 지난해 12월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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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진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약물이 운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약을 먹고 몇 시간 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혈중 농도가 어느 정도일 때 금지되는지 등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도 "처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빨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기준이 없다보니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음주운전 시 혈중알코올농도처럼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