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에 AI(인공지능) 발전으로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카드업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암울한 시나리오에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결제 네트워크 기업은 주가가 5~7%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카드업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술 검증에 들어가며 위기에 대비 중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투자 리서치 기관 '시트리니 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카드업계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주가는 7.20% 급락했다. 마스터 카드(5.70%)와 비자(4.57%) 주가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보고서는 2028년 6월 미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으로 쓰였다. AI 기술의 발전이 금융과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거라는 내용이다. 특히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았다.
미래에는 AI가 소비자 대신 물건의 최저가를 찾고, 직접 결제까지 진행하는 '에이전트 AI'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는 기계적으로 계산해 1원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해당 결제 수단을 쓴다. 결제 과정에서 비용을 더 아끼기 위해 기존 카드 결제망은 우회하고, 수수료가 더 저렴한 스테이블코인 등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 카드사 주요 수입원인 결제 수수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AI가 기계적으로 결제 수단을 갈아치운다면 앞서 카드사가 비용을 들여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나 충성 고객 락인 효과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AI 발전이 가져올 실업률 증가도 카드업계엔 위기 요인이다. 지금도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화이트칼라 직종이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만연해있다. 보고서는 미래에는 AI가 노동자 일자리를 더욱더 대체하고, 전반적인 구매력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결제망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돈을 버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비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이미 해외 결제사들은 AI의 '결제망 패싱'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도 글로벌 결제망을 제공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AI 에이전트에 전용 '토큰'을 발급해 자사 네트워크 안에서만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여신협회 TF는 다음 달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PoC(기술 검증)를 시작하고 상반기 안으로 검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AI 공포가 다소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할부 등 신용공여 기능이 핵심인데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 그런 메리트가 있을진 의문"이라며 "한국의 경우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결제 사업에서 이미 수익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