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용카드 신규 발급량이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듬해인 2015년 이후 가장 적었다. 혜택 좋은 이른바 '혜자카드'의 멸종과 '카카오페이 머니' 등 간편결제 수단의 급부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1억3446만장이다. 1년 전보다 약 125만장,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용카드 증가량이 1%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2014년 KB국민카드·롯데카드·NH농협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터지면서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이듬해 신용카드 신규 발급량은 77만4000장으로 총발급량은 전년 대비 0.84% 늘어났다.
국내 신용카드 발급량은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영향으로 1억장이 깨졌지만 2018년 약 1억500만장 발급을 기록하며 회복에 성공했다. 이후 신용카드 발급량은 매해 2~5%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신규 신용카드 발급감소는 롯데카드 해킹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지만 해당 사건과는 별개로 앞서 조짐이 보였다. 이미 2024년 신용카드 발급량 증가율은 2.78%를 기록하며 전년(4.53%) 대비 큰 폭으로 낮아졌다.
신용카드 신규 발급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는 혜자카드로 불리는 혜택 좋은 상품의 단종이 꼽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발급을 중단한 카드상품은 1120종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일부 비용을 고객의 혜택으로 돌린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카드사 수수료 수익도 큰 폭으로 줄었고 결국 혜택이 큰 관련상품들이 자취를 감췄다. 카드상품뿐 아니라 '6개월 무이자'와 같은 할부혜택도 이제는 찾기 어렵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우대 수수료율이 최대 0.1%포인트(P) 낮아지면서 카드업계의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4427억원 줄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의 부담이 연간 약 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규모가 더 컸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기업의 성장도 신용카드 발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간편결제 사업자가 주는 결제혜택이 괜찮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굳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은행계좌와 연동해 선불충전금인 카카오페이 머니나 네이버페이 머니를 사용하면 결제금액의 3% 수준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웬만한 신용카드 결제혜택보다 좋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페이 머니 등을 뜻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일평균 사용규모는 3654만건으로 전년(3382만건) 대비 8% 증가했다. 하루평균 사용금액은 1조3051억원으로 같은 기간 11%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폭넓은 혜택을 주는 카드들은 사라지고 스타벅스나 무신사 등 브랜드와 협업해 특정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간다"며 "그런 카드도 어느 정도 수요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발급되는 상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