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차량5부제를 실시하면서 보험사에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손해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 보험료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걸음수나 대중교통 특약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손보사들은 정부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대신 걸음수나 대중교통 같은 활동량 기반 특약을 확대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이런 특약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손보사들의 경우 특약 신설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손보협회와 손보사 임원들을 소집해 고유가 대응을 위한 자동차보험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선 차량 5부제와 연계한 보험료 할인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이미 자동차보험 적자 폭이 큰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은 약 7080억원 적자였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4개사의 자동차보험 연간 손해율은 평균 87.03%로 손익분기점인 80%를 훌쩍 넘었다.
손보사들은 지난 4년간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해오다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자 올해 2월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1.2~1.4% 정도 인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에 손보사들은 난처해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손보사 내부에선 올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고유가 할인까지 적용될 경우 수백억 원대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손보업계는 직접 보험료 인하 대신 '특약 혜택 확대'로 정부와 고객을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운행 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걸음수 특약'이나 '대중교통 이용 특약'의 할인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동차 걸음수 할인 특약'은 걸음수에 비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약정이다. 예를 들어 KB손보 상품의 경우 걸음수 조회일 전날부터 직전 30일 이내 5000보 이상 달성일수가 17일 이상인 차보험 가입자에게 최대 9.0%의 할인을 해주는 식이다. 보통 보험사앱이나 캐시워크, 토스 등을 이용해 걸음수를 측정한다. '대중교통 이용 특약'은 교통카드를 통해 버스나 지하철, 마을버스 이용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차등해 할인해주는 약정이다. 교통카드 이용실적을 통해 이용기간과 교통수단을 파악해 차보험료에 적용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동차 보험 부문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고 올해 보험료 인상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데 매우 실망스럽다"며 "업계와 당국의 입장 차이가 크고 단기간에 합의가 어려운 사안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