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 '밀물'… 열흘새 41억달러 급증

김도엽 기자
2026.04.14 04:21

5대은행 이달 잔액 613억弗..."불확실성속 수요 변동 확대"
고환율 고착 우려 선제 대비, 기업 달러예금은 39억弗↑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급감한 은행권의 달러예금이 4월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종전 기대감의 영향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며 수요가 몰린 것과 동시에 1500원대 환율이 고착할 것이란 우려로 환차익을 누리려는 환전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13억6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3월말 572억1800만달러에서 불과 열흘 새 16.4%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예치시점의 환율에 따라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 보유하는 외화예금 상품이다. 주로 수입기업은 수입 결제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하고 수출기업은 벌어들인 달러를 예금으로 예치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고객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를 확보하고 환율변동이 심하면 환차익을 노리기도 한다.

환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특성상 올해 달러예금 역시 환율흐름과 맞물려 증감을 반복한다. 전쟁이 시작된 3월 초부터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개인과 기업 모두 환차익을 얻기 위해 달러예금을 원화로 바꾸며 잔액이 급감했다. 특히 기업의 경우 분기 말을 맞아 수입 결제대금 지급이 진행되면서 보유한 달러를 환전하거나 직접 수입결제에 활용한 점도 영향을 줬다.

실제 기업의 달러예금은 지난 2월말 기준 509억1100만달러 수준에서 한 달 새 447억2200만달러로, 개인은 136억3500만달러에서 124억9600만달러로 각각 12%, 8% 감소했다.

반면 이달 들어 달러예금이 늘어난 것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출입 기업의 달러수요가 다시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현상이 고착화할 우려가 보이자 기업들이 대외 결제용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기준 개인 달러예금은 지난달 말과 비교해 1.8%(2억3200만 달러)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기업 달러예금은 8.8%(39억1700만달러)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가 유입되고 앞으로 필요자금을 염두에 둔 대기매수세가 강해지며 기업 달러예금이 증가했다"면서 "장기 우상향하는 추세에서도 환율이 조금이라도 변동되면 수입기업은 달러를 미리 확보하고자 매수하고 수출기업은 원화의 환전 없이 보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지난 8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 1497원에서 1481원으로 급락하자 수입기업의 달러수요가 급증하며 기업 달러예금이 전날보다 10억달러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달러예금이 전쟁이나 무역분쟁, 관세이슈에 따라 지속적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본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중동전황과 유가추이에 따라 달러예금 수요는 큰 폭의 상·하방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달러수요가 커지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환율안정3법' 등으로 달러수요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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