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털자" 잠자던 교수 부부 참변…15년 만에 잡힌 범인 최후[뉴스속오늘]

"부잣집 털자" 잠자던 교수 부부 참변…15년 만에 잡힌 범인 최후[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4.14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1년 의대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가해자 김모씨가 재수사 끝 15년 만에 검거됐다.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2001년 의대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가해자 김모씨가 재수사 끝 15년 만에 검거됐다.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9년 전 오늘인 2017년 4월14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의대 교수 부부 주택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50대 남성 김모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2001년 6월 발생했지만 당시 수사기관이 5년여간 수사에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2007년 2월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공소시효 만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고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은 경찰 출석 요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도 전과' 김씨, 용인 부촌 노렸다…잠자던 교수 부부 참변

특수강도·강도상해 전과가 있던 김씨는 2001년 4월 천안 모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후 그해 5~6월 교도소 동기 A씨와 함께 수원시 지역 주택가에서 빈집 털이를 일삼았다. 이들은 '용인에 부잣집 동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범행을 모의했고 물색 끝에 의대 교수인 심모씨와 아내 이모씨가 사는 주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2001년 6월28일 오전 4시쯤 주택 앞에 주차된 차가 없어 부부가 외출했다고 판단한 김씨와 A씨는 범행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집안에 사람이 있더라도 제압하겠다는 생각으로 각자 흉기를 손에 쥔 채 1층 서재 창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1층에서 훔칠 물건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2층 거실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방엔 심씨 부부가 자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부부가 잠에서 깨자 김씨와 A씨는 부부 다리 쪽에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뒤 2층 창문으로 달아났다. 심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집 밖으로 나왔지만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1시간 뒤인 오전 5시쯤 신문 배달부에게 발견됐다. 중태에 빠졌던 심씨는 목숨을 건졌으나 아내 이씨는 과다 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었다.

강도 아닌 청부살인? 영구미제 될 뻔…'태완이법'으로 재수사
의대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현장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사건의뢰 덧방' 캡처
의대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현장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사건의뢰 덧방' 캡처

애초 경찰은 심씨 부부가 이사 직후 이웃과 마찰을 빚은 점, 집에서 사라진 물건이 없고 괴한들이 잠에서 깬 부부에게 금품을 요구하지 않고 곧장 흉기를 휘두른 점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았다.

경찰은 강력팀 형사 2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건 시간대 인근 기지국에 통화 기록이 남은 사람과 피해자 주변인, 동일 수법 전과자 등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부부와 마찰이 있어 용의선상에 오른 이웃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도, 목격자도 없는 이 사건을 6년간 수사하다 결국 2007년 2월 미제로 분류하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공소시효 만료로 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5년 8월 '태완이법' 시행을 계기로 다시 살펴보게 됐고 중요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었다.

태완이법은 1999년 대구에서 6살 김태완군이 황산 테러로 숨진 사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미제가 되면서 추진된 개정 형사소송법이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면서 과거 사건에도 소급 적용했다.

"고객→모른다" 번복에 덜미…'감방동기' 공범은 극단 선택
가해자 김씨가 2001년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당시를 재현하는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가해자 김씨가 2001년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당시를 재현하는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2001년 사건 발생 당시 용인경찰서 강력반 막내였던 경장이 경위가 돼 재수사를 지휘했다. 재수사팀은 과거 수사 대상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씨가 경찰에 엇갈린 진술을 한 점에 주목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서 A씨와 통화한 기록이 있던 김씨는 당시엔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일하는데 A씨가 고객이어서 통화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재수사팀이 A씨에 대해 묻는 말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에 두 사람 과거 행적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1999년 1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1년3개월간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 하며 알고 지낸 사이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공범으로 지목된 A씨는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다 수원 거주지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A씨가 숨지기 전 아내에게 15년 전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미뤄, 죄책감과 경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이후 경찰은 특수절도죄로 강원도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김씨를 추궁해 범행 사실 일체를 자백받았다.

심 교수 "'죽여버려' 남자 목소리 들었다"…1~3심 모두 무기징역
가해자 김씨가 2001년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당시를 재현하는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가해자 김씨가 2001년 교수 부부 흉기 피습 사건 당시를 재현하는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강도살인'이 아닌 '강도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도치사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기 때문에 법원이 김씨 강도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하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피해자 심 교수는 노구를 이끌고 법정에 나와 15년 전 사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아내 외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남자 둘이 서 있었다.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죽여버려'라고 했다. (이들이) 우리 부부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김씨와 A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여의찮으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한 점 등을 언급하며 강도살인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과 공범(A씨)에게 살인의 확정적 고의는 없어 보이지만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 대퇴부를 찌른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족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범행 사실을 부인하던 피고인은 뒤늦게 인정하면서도 공범에게 책임 전가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항소했지만 2심이 이를 기각하면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김씨는 201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밖에 김씨는 수사 도중 서울에서 주거침입 성폭행 범죄를 두 차례 저지른 사실도 드러나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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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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