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 기반의 첫 프로 배구단 'AI 페퍼스'가 창단 5년 만에 해체 위기를 맞으면서 모회사의 재무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년간 2600억원에 가까운 누적 손실을 내면서 연간 약 70억원으로 알려진 배구단 운영비마저 감당이 어려워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이 소유한 여자 프로 배구단 AI페퍼스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인터넷방송 플랫폼 기업 SOOP(숲)이 광주시와 페퍼저축은행에 인수 의사를 밝히고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가 불발되면 AI페퍼스는 해체 수순을 밟거나 또 다른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AI페퍼스는 광주·호남 스포츠팀 역사에서 상징성이 크다. 2021년 4월 한국배구연맹 이사회에서 여자부 제7구단 창단 승인을 받았는데 여자 프로 배구에 신생팀이 생긴 건 2011년 IBK기업은행 이후 10년 만이었다. 리그 차원에서는 여자배구가 6구단 체제에서 7구단 체제로 확대되는 시점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5월 광주와 연고지 협약을 맺었다. 광주에선 15년 만에 지역 연고의 동계 프로 스포츠를 볼 수 있게 됐다.
AI페퍼스의 해체 위기 속에서 창단 주역이었던 이용섭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광주의 겨울을 다시 겨울 스포츠 없는 도시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본인에게 다급히 연락해 투자자들의 요구로 AI페퍼스의 매각이 불가피하지만 연고지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고 한다.
AI페퍼스 운영비는 연간 약 70억원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영사 SG PE는 지난해 말 1400억원을 페퍼저축은행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는데 새로운 투자자 입장에선 프로 배구단은 본업과 관련이 낮은 비핵심 자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페퍼저축은행이 배구단 운영비도 감당할 수 없어진 건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손실을 겪어서다. 회사는 지난해 5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072억원과 961억원의 적자를 냈다.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2588억원이다.
회사는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앞세워 덩치를 키웠다. 2022년 자산을 6조2554억원까지 늘리며 업계 5위까지 올라섰지만 현재는 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개인사업자 '작업대출'을 대규모로 적발하면서 주력 사업인 개인사업자 주담대가 위축된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페퍼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2023년 1조2075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3809억원으로 급감했다.
실적 악화는 희망퇴직으로 이어졌다. 지난 1년간 직원 수가 487명에서 344명으로 143명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해고·명예퇴직 급여' 비용으로만 90억5800만원이 소요됐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3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CEO(최고경영자) 후보로 데이비드 유 드레이크를 추천했다. 2013년부터 장기 집권한 장매튜 대표는 앞서 사의를 표명하고 경영에서 물러났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SG PE 입장에선 빠른 경영 정상화와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니 장매튜 대표 사의 배경에는 경질 성격도 있었을 것"이라며 "배구단도 애초에 페퍼저축은행이 운영하기 어려웠었는데 무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