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의 곳간을 채우는 금융회사 출연 의무 규정이 오는 10월 일몰을 앞두면서 포용금융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출연요율을 현행법상 상한으로 올린 가운데 국회에 이를 최대 3배 수준으로 높이는 개정안까지 올라와 있어서다. 은행권에서는 출연금 부담이 커지면 되레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보증상품의 재원이 되는 서민금융보완계정에 대한 금융회사 출연 의무가 오는 10월8일 종료된다. 정책서민금융 보증상품은 서금원이 취약 차주에게 보증을 제공해 금융회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차주가 갚지 못하면 보증 범위 내에서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국회에는 금융회사 출연 의무의 유효기간을 삭제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출연 의무 유효기간을 없애 상시화하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서민의 금융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수용 입장을 냈다.
출연 의무 상시화와 함께 은행권 출연요율 인상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권의 서민금융보완계정 공통출연요율 범위를 현행 0.06~0.1%에서 0.2~0.3%로 높이는 개정안을 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시행령 개정으로 은행권 서금원 출연요율을 출연기준대출금 월중 평균잔액의 0.06%에서 0.1%로 올렸다. 현행법상 최대치다. 금융위 추산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서금원 출연금은 3818억원(공통출연금+차등출연금)으로 전년대비 1345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출연금이 은행권 당기순이익(산은·수은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기준 0.7% 수준에서 1.6%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근 의원안이 통과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공통출연요율을 0.2~0.3%로 높일 경우 은행권 공통출연금은 최소 6728억원에서 최대 1조92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0.3% 적용 시 공통출연금만으로도 은행권 당기순이익 대비 부담률은 4%를 넘어선다. 금융위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은행권 부담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은행연합회는 "급격한 조정은 은행권의 재무계획 수립과 비용 관리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은행권이 추진 중인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는 은행법 개정에 따라 출연금 인상분을 차주에게 전가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은행권이 직접 부담할 몫이 커진다.
다만 정책서민금융 재원 확충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고금리 최저신용자 대출 문제를 두고 '잔인한 금융' 문제를 지적한 이후 포용금융 확대도 금융권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쟁점은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다. 은행권 출연요율을 곧바로 높이는 방안과 별도로 서금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자는 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12일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회계연도가 올 9월에 시작되는데 그 전에 법을 통과시켜야 예산안을 반영할 수 있다"며 "출연료의 일몰도 10월8일이기 때문에 조속히 이 법안의 처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기금 설치 타당성 용역 결과를 보고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건 처리는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