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기간 늘려줘" AI로 1.5억 편취… 정부, 보험사기에 칼 뽑았다

이창섭 기자
2026.06.04 15:00

보험사기 규모, 지난해 약 9조원 추산
AI 활용한 신종 보험사기 성행… 법령 개정 등 추진

최근 5년 보험사기 적발현황/그래픽=윤선정

#부산에 사는 20대 A씨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병원 입·퇴원 기간을 늘린 위조 서류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24년 7월부터 약 1년간 11개 보험사로부터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타갔다.

생성형 AI(인공지능)로 진단서와 보험금 청구 서류를 위조하는 신종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AI 기반 탐지 체계를 구축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머니투데이 5월20일 내 보험료 올리는 보험사기 '연 10조'...AI로 공범까지 잡는다 참조)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민영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기 분야별로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장기손해보험 비중이 44.7%로 가장 컸다. 자동차보험 비중은 22.4%, 생명보험은 21.8%, 일반 손해보험은 11.2%였다.

최근 보험사기는 의료기관과 정비공장, 브로커, 모집인 등이 결탁한 조직적 범죄로 진화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보험 가입, 사고 처리, 보험금 청구 등 전 과정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과거에는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많았다. 이 경우 폰트나 자간 변화 등으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이미지 픽셀 자체가 새롭게 생성돼 기존 물리적 단서가 사라진다. 출력과 재촬영을 반복하면 탐지는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현재 보험사기 대응 체계가 기관별로 분절돼 있다고 본다. 신용정보원과 보험개발원, 개별 보험사가 AI 등을 활용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와 교차 검증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원천 데이터와 대조하는 체계도 미흡하다고 봤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실제 진단서 위·변조 사례/사진제공=금융위원회

TF는 법·제도, 데이터, 인프라 등 3개 분과로 운영된다. 주요 논의 과제는 △보험사기 정보 집중·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추가로 공유할 정보 선정 △보험업권과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패턴 분석과 위험지수 개발 등이다.

또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전 보험권 보험사기 방지 통합 인프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보험사기 혐의 정보와 공모자 정보 등을 집중하고, 진료 정보 집중이 어려운 경우에는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원본 대조 방식의 정보 조회 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는 앞으로 3개월간 TF를 운영한 뒤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한다. 이후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를 차질 없이 구축하면 사전 예방, 실시간 탐지, 사후 조치 등 전방위적으로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산업 신뢰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보험료 하락과 건보재정 누수 방지의 편익을 국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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