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도 최근 5년간 꾸준히 개선
-'한미 조선협력투자 협의체' 간사 맡는 등 역할 커져

한국수출입은행이 법 개정을 통해 투자 기능을 확대하며 정책금융 역할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의 조선 협력 투자 협의체 간사를 맡는 등 국가 전략산업 지원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대출·보증을 넘어 직접 투자까지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은이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투자할 때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은의 간접투자 대상을 일반 펀드에서 벤처·스타트업 펀드로 확대하고 투자 규모도 펀드 총액의 25% 이상 가능해지도록 했다.
수은은 그동안 제약받던 직·간접 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첨단산업과 전략산업 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들이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출 시장으로 진출하는 흐름을 지원할 조건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통상 대출이 아닌 투자는 RW(위험가중치) 적용을 높게 받아 금융기관 입장에서 늘리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수은이 시행령 개정까지 하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재무 체력이 있다.
수은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15.4%로 산업은행(13.4%), IBK기업은행(11.5%)은 물론 국내 대형 시중은행 평균치(약 14%)를 웃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7542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0% 늘면서 자본 여력이 한층 커진 덕분이다.
자금 공급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은 총여신은 지난 3월 기준 147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7.3% 늘었다. 지난 5월에는 총여신이 처음으로 150조원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신이 늘어나는 가운데 자산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85%로 1년 전보다 0.12%포인트(P) 하락했다. 최근 5년간 NPL비율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수은 여신의 약 95%는 담보보다 기업의 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용여신이라는 점에서 건전성 개선은 의미가 크다. 일반적으로 신용여신 비중이 높을수록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지만, 수은은 부실여신비율을 낮추고 있다. 신용여신 중심의 여신 구조에서도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재무적 기반까지 되는 셈이다.
자본 여력과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수은의 역할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은은 지난달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한 '한미 조선협력투자 협의체'의 간사를 맡아 사업 발굴과 정책금융 지원, 대외 협력을 총괄하게 됐다. 한미 간 1500억달러(약 222조원) 규모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수은이 많은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감당할 만한 재무적인 여력과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며 "위험한 분야에 일정 부분 자본을 배분하더라도 수은 전체의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