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쭉 가는 곳', 이젠 없다" 꽉막힌 재취업…공직사회, 멘붕

김도엽 기자, 권화순 기자, 조규희 기자, 이정혁 기자
2026.06.07 06:15

[MT리포트]재취업 꽉막힌 공직사회 '멘붕'②

[편집자주] 공직자들이 한층 깐깐해진 재취업 심사에 술렁이고 있다. 직전 3회 중 2회 이상 동일 기관에 반복 취업한 전력이 있으면 업무연관성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로 해서다. 강화된 기준 탓에 특정기관은 심사 요청자 전원이 탈락하는 사태도 맞았다. 공직자에 더 높은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틀리지 않지만 전문성 있는 인재에 경직된 심사기준을 들이댄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취업이 막혀 인사 적체가 심각한 데다 낮은 연봉 문제까지 겹치면서 젊은 공무원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3회 중 2회 이상 같은 공직기관에서 취업 심사 후 취업한 기업 대표 사례/그래픽=윤선정

'되물림 재취업'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정부의 주요 부처 직원들이 관계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취업심사를 받고 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 것은 지난 4월부터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강도로 심사를 강화할지 "일단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부처 뿐만아니라 취업심사 대상이 되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공직 유관기관도 '멘붕'에 빠졌다.

7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지난 4월 공직자 재취업 심사에서 산업통상부 고위공무원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상근부회장직 취업을 불승인했다. 섬산련의 상근부회장직은 최근 3회 연속 산업부의 고위공무원이 취업 심사를 받고 간 자리다.

산업부 출신 공직자들은 섬산련 외에도 여러 기관에 재취업해왔다. 직전 3회 연속 상근 부회장직을 맡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표적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상근부회장도 산업부 출신이 윤리위 심사를 거쳐 취업해왔다.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도 고위공무원들이 꾸준히 낙점된 자리다.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출신 공무원들은 각각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가철도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투자공사(KIC) 등 다수 기관에 취업 심사를 받은 뒤 임명됐다.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KB국민카드의 상근감사 자리를 차지해온 감사원의 사례다. 지난 4월 윤리위는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국민카드 상근감사 취업심사에 대해 공직에서 담당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취업제한'을 결정했다. 다만 해당 공무원은 지난 5월 다시 심사 신청을 해서 '취업승인'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관련성이 있지만,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취업을 허락한다는 의미다.

공직 유관기관인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특히 취업심사를 받고 민간금융사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은 금융결제원 원장과 하나카드 상근감사 자리를, 금감원은 서울보증보험·금융보안원 대표와 롯데카드와 한국투자·하나증권 등 상근감사를 차지해왔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대형 법무법인(로펌)이나 금융지주(상근감사) 자리에도 자주 갔다. 금융지주 감사는 다만 취업심사 제한 기간(3년)이 지난 후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리위가 지난 4월부터 한층 강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면서 정부 부처와 공직 유관기관 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반복적으로 이직을 해 온 특정 기관에 대해서 업무연관성이 높다며 '취업제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다수 정부 부처 공직자들이 연쇄적으로 이직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다른 부처 간의 '자리 바꾸기'가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국·공립대학 사무총장행을 막으면서 교육부가 국·공립대학 사무총장 자리를 기획재정부 등 타부처에 내주고 해당 부처 퇴직자들이 가던 자리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위 '올드보이'들에게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윤리위 심사기간인 '퇴직한 지 3년'이 지난 공직자의 경우에 취업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지주 연구소 등 '취업심사대상기관'이 아닌 곳에서 3년을 보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의 재취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이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공직자는 "올드맨이나 정치인, 교수 등이 가는 것은 괜찮고 퇴직 3년 이내지만 전문성 있는 인재가 가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은 너무 경직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공직자는 "자리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젊은 공직자들이 열심히 할 동력이 사라지는 현상이 우려된다"라며 "소위 '에이스'로 인정받아온 선배들이 퇴임 순간에 잘 되는 것을 보며 공직자들이 꿈을 키웠는데, 이제는 각자도생이 나은 대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