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금융기관도 거부한 홈플러스의 긴급운영자금(DIP금융) 지원을 놓고 정치권이 민간금융사인 메리츠금융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의 소송 위험에도 메리츠금융이 DIP금융 1000억원 투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측은 다시 2000억원을 요구하는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지난 11일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의 DIP금융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MBK 본사와 대주주 김병주 회장 보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MBK도 1000억원에 대해 추가 연대 보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MBK가 발표한 1000억원 연대보증과 관련해 구체적인 공문이나 계획서를 전달받지 못했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선 언론에 발표한 내용만으론 대출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MBK가 제공하겠다는 연대보증이 메리츠금융이 제공할 DIP금융에 대한 보증을 의미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실제로 메리츠금융 주주들은 DIP 대출 실행을 반대하면서 주주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주주 서한에는 홈플러스 DIP 대출 실행 시 그룹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 고소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회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 충실의무 위반을 사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서 공적 금융기관들은 손을 놓고 민간 금융사인 메리츠금융에만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은행의 DIP금융 1000억원 지원 방안도 거론됐지만 정책금융기관이 회생 기업에 신규 자금을 넣을 유인이 없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은행권이 공동 출자한 구조조정 기관인 유암코의 제3자 관리인 역할도 거론됐지만 현실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책임이 큰 MBK와 김병주 회장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홈플러스에 50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지원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작 대부분은 연대보증에 해당하는 지원이다. 실제 현금 유입이 기대되는 지원은 김 회장의 개인 증여 약 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다음 달 3일이다. 한 차례 연장되더라도 최종 시한은 오는 9월3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정말 살리자는 데 공감한다면 시간이 너무 늦지 않게 서로 협의해야 한다"며 "1000억원 연대보증에 대한 확실한 조건부터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