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푸동지구에는 세 개의 마천루가 나란히 솟아 있다. 진마오타워와 상하이세계금융센터 그리고 중국 최고층 빌딩인 상하이타워다.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은 높이 632m에 달하는 상하이타워에 둥지를 틀고 상하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중국 재보험 시장에서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의 점유율은 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하이 지점의 위상은 우뚝 솟은 상하이타워 높이처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장 내 재보험 가격과 조건을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는 데다가 다수 재보험사를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재보험사로서의 위상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위상은 코리안리가 오랜 기간 중국에서 영업력을 쌓아왔기에 가능했다. 코리안리는 한국 유일, 아시아 1위권 전업 재보험사로서 1997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일찌감치 북경에 주재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현지 근거리 영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2020년 상하이 지점이 설립됐다.
최병화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장은 "이미 지점 설립 당시 코리안리 위상은 중국에서 일정 수준 도달해 있었다"며 "지금은 중국 원보사들이 우리의 가격과 조건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한 재보험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보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중국보험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중국 원수보험료 성장률은 9.0%, 5.6%를 기록했다.
중국의 재보험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20년 1879억위안(약 42조1000억원)이었던 수재보험료는 2023년 2326억위안(약 52조원)까지 증가했다. 2024년에는 일부 특약 출재의 중단으로 수재보험료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수많은 글로벌 경쟁사가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15개 재보험사가 영업 중인데 매년 새로운 경쟁자가 유입되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1월부터 중국 재보험 시장은 가격이 내려가고, 조건이 원보험사에 유리해지는 '소프트마켓'에 진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은 꾸준히 수익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2021년 103.7%였던 합산비는 지난해 84.2%까지 내려왔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약 84원을 지급하고 16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상하이 지점은 지난해 2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상하이 지점 설립 이후 최대 당기순이익이자 코리안리 본사가 중국 영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또 중국 현지 회계 기준으로 설립 이후 지난해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실적 비결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과거 중국 시장에 처음 진입했을 때는 재물보험, 특약 형태로는 비례특약 위주로 영업했다. 재물보험 비례특약은 보험료가 많이 들어와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손해율이 올라가면 고스란히 같이 피해를 본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중국은 태풍·홍수·지진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빈번하다. 2021년 합산비가 103.7%를 기록했던 것도 허난 지역의 대규모 홍수 때문이었다.
상하이 지점은 재물보험 비중은 줄이고 특종보험·해상보험 등 비재물 분야 인수를 확대했다. 또 비비례 특약의 언더라이팅 역량도 지속해서 강화했다. 그 결과 보험료 규모는 조금 줄었지만 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특정 계약에서 손실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가 안정화되자 상하이 지점은 다시 성장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앞서 줄였던 재물보험과 비례특약 비중을 다시 늘리는 추세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단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성장성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비례특약 인수를 확대하면서 미경과 보험료 적립 규모가 증가해서다. 다만 이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영향이라는 게 상하이 지점 설명이다.
상하이 지점은 이제 중국 생명보험 시장을 주목한다. 지난해 중국 생명보험 시장 성장률은 7.1%로 전체 원수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 지점장은 "과거 IFRS17 적용으로 중국 암 보험 손해율이 올라간 적이 있어 중국 생명보험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라면서도 "다시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방면에서의 중장기적인 중국 시장 인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중국에선 첨단산업 발전으로 다양한 보험 신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첨단장비 R&D 및 테스트 비용 보상보험, 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보험, 로봇 렌탈보험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한 재보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하이 지점도 이와 같은 보험 신시장의 기회를 포착 중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유사한 보험 신상품이 등장했을 때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리안리가 시장의 재보험 수요를 커버해줄 수 있다. 코리안리 재보험이 한국 첨단산업의 금융과 보험을 뒷받침해준다면 '생산적 금융'에도 작게나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의 시선은 중국에만 머물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 내 영업 거점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중화권 및 아시아 시장을 연결하는 범중화권 재보험 비즈니스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게 상하이 지점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