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해외 감독당국이 제3국 은행에 기대하는 수준이 현격히 높아졌습니다. 런던지점 개점 과정에 이를 고려했습니다. 농협은행 첫 해외지점인 뉴욕지점 근무가 제게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당시 배운 하나하나가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장덕진 NH농협은행 런던지점장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런던지점의 초기 안착 과정에 과거 뉴욕지점 개설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국외 점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달러 지급결제시스템과 자금조달, IT 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직접 겪어본 경험이 런던지점 설계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장 지점장은 농협은행의 첫 글로벌 거점인 뉴욕지점이 개설할 당시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당시에는 다른 은행 수준의 거버넌스와 규정, 시스템, 인력 구성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이를 "벤치마킹을 많이 한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점도 있었다. 이미 수십년간 영업해온 성숙한 해외점포와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신설 점포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장 지점장은 "다른 은행은 이미 수십년간 영업해왔던 성숙한 지점이었고 저희는 이제 막 진입하는 은행이었다"며 "수십년간 감독당국의 정책 방향과 제3국 은행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은 현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런던지점 개설 과정에서 규제와 내부통제를 먼저 챙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장 지점장은 감독당국과 공식 미팅을 진행하는 것뿐 아니라 수시로 문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현재 감독 방향에 부합하는 지점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초기 인력 구성도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 금융시장의 변화도 런던지점 운영에 반영됐다. 장 지점장은 런던이 일부 자본시장 기능의 유럽연합(EU) 지역 이동을 겪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외환·자금시장과 달러 기반 금융거래의 핵심 허브라고 봤다.
다만 영국과 EU의 금융 규제 체계가 분리되면서 환경은 더 복잡해졌다. 일례로 유럽 내 각국은 내년 초까지 EU의 제6차 자본요건지침(CRD6)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역외 은행의 EU 내 영업·지점 인가와 자본·감독 요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런던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도 유럽 본토 영업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유럽 본토 대출 비중이 작지 않아 부담이 있지만, 농협은행 런던지점은 기업금융(CB)보다 투자금융(IB) 딜 참여 중심으로 영업해온 만큼 큰 차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지 감독당국과 런던 주재 금융감독원 사무소 등과 소통하며 회원국별 법제화 흐름과 영업 영향을 선제적으로 살피고 있다.
장 지점장은 "고위험·고변동성 거래 중심보다 규제 적합성이 높은 무역금융, 한국계 기업 지원, 구조화 금융 및 실물 기반 프로젝트 금융 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브렉시트 이후의 시장 환경 변동은 런던지점에 있어 제약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 설계 단계부터 최신 글로벌 규제 기준을 반영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영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