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잔액 조건 이자우대, 소비자 선택권 제한"

김미루 기자
2026.07.13 04:07

소비자보호자문위 '요구불예금 대출 조건' 논의
은행권 "저비용 조달 수단… 순이자마진 고려하면 불가피"
금융당국 "필수 아닌 선택사항 전환 등 대체 조건 검토중"

요구불예금 유지 조건 적용 은행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 현황/그래픽=이지혜

대출 우대금리를 미끼로 차주에게 수십, 수백만 원의 요구불예금 평균잔액(이하 평잔)을 요구하는 은행권의 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출을 내주면서 예금이나 적금가입을 조건으로 거는 이른바 '꺾기'와 유사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은 꺾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 대출을 내줄 때 평잔 유지조건을 운영했지만 당국은 이를 불공정 관행으로 본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3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에서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평잔유지 조건부 우대금리 관행을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등 7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나 신용대출 우대금리 조건으로 요구불예금 평잔을 유지하도록 한다. 통상 100만원 이상 잔액을 유지하면 0.2%포인트(P) 안팎의 우대금리를 주는 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B·C은행의 2024~2025년 주담대 차주의 84.5%가 요구불예금 유지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도입 이후 은행에서 100만~200만원을 상회하는 구간의 요구불예금 비중도 상승했다.

◇'적금 꺾기'는 막혔는데 요구불예금은 규제 밖=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 제14조 4항에 따르면 대출실행 전후 1개월 안에 예금성 상품가입을 요구하는 행위는 불공정 영업행위로 보고 금지한다. 월지급액이 10만원 이하거나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금액이 총 100만원 이하인 경우 등만 예외다.

하지만 요구불예금은 원칙적으로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은행들은 이 점을 활용, 우대금리 조건에 '평잔유지'를 넣는다. 잔액을 맞춰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으니 차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정금액을 계속 남겨둬야 한다. 이름만 요구불예금일 뿐 대출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자금을 둬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기예·적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요구불예금은 연 0.1% 안팎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저비용 조달수단이다. 은행은 차주에게 0.2%P 안팎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낮은 비용으로 예금을 확보하고 NIM(순이자마진)을 방어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금리인하 혜택처럼 보이지만 은행에는 저원가성 예금을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도 조건도입 타진…당국 "소비자 선택권 보호해야"=최근 은행권에서 평잔조건 도입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점도 당국의 문제의식을 키웠다. 올해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로 시중은행도 주담대 우대금리 조건에 요구불예금 평잔유지를 넣을 수 있는지 당국에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평잔조건을 운영하는 은행도 금액을 현재보다 높이는 방안을 타진했다.

은행권은 조달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 여유로운 은행이 있고 부족해서 유치해야 하는 은행이 있는데 예금잔액과 조달가격에 따라 은행의 NIM이 달라지기도 해 주담대에 조건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여러 은행의 상품 중 선택할 수 있고 은행도 경영상 필요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고객을 우대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금조달 필요성도 인정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구불예금 평잔조건이 대출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사실상 필수조건처럼 운영되면 소비자는 낮은 금리의 통장에 돈을 남겨둘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포기하는 이자수익과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우대금리 효과가 충분한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다만 요구불예금 평잔조건 자체를 전면금지하기보다 필수화된 조건을 선택사항으로 전환하거나 대체 우대금리 조건을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거나 요구불예금 조건을 필수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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