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한 대 못 받았는데 빚 3400만원…연 160% '가짜 렌탈 대출'의 덫

김미루 기자
2026.07.21 12:00
휴대폰 렌탈 불법사금융 구조도.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실물 휴대폰을 받지도 않은 피해자에게 렌탈계약을 체결하게 한 뒤 이를 담보로 연 160%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내주는 신종 불법사금융이 등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경기남부경찰청·서울영등포경찰서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신종 민생금융범죄 사례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접수된 동일 업자 관련 불법사금융 민원·제보 8건과 유사수신 제보 15건을 수사의뢰 조치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휴대폰 렌탈 불법사금융업자는 자금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배달대행업 사업자등록을 요구한다. 사업자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폰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기 위해서다.

피해자는 휴대폰 단말기를 실제로 받거나 유심을 개통하지 않았는데도 렌탈업체와 계약을 맺고, 휴대폰을 수령했다는 설치확인서에 서명한다. 불법사금융업자는 이 허위 렌탈계약서를 담보로 별도 계약서 없이 고금리 대출을 실행한다.

금감원이 확인한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1800만원 상당의 휴대폰 10대를 하루 4만원에 렌탈한 것처럼 계약한 뒤 하루 17만원씩 200일간 갚도록 했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약 160%에 달한다.

피해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렌탈채권은 다른 업체로 넘어간다. 채권을 넘겨받은 업체는 정상적인 렌탈계약처럼 꾸며진 전자계약서와 설치확인서를 근거로 추심에 나서고 형사 고소하겠다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eSIM(내장형 심카드) 판매를 고수익 부업으로 포장한 유사수신 사기도 기승이다. 사기 업체는 투자자별로 온라인 가상 점포를 배정하고 여행객이나 외국인이 eSIM을 구매하면 판매 마진이 지급된다고 홍보했다.

초기에는 실제로 수익금을 지급해 신뢰를 얻은 뒤 월 2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추가 투자를 유도했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거나 하위 판매자를 모집하면 회원 등급을 높여 추가 수익을 주겠다는 다단계 방식도 활용했다.

유튜브에는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홍보 영상을 게시하고 SNS(소셜미디어)에는 수익 후기를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이후 피해자가 수익금 인출을 요구하면 세금 명목의 추가 납입을 요구하며 출금을 미룬 뒤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금감원은 대출을 조건으로 사업자등록이나 실물 인도 없는 렌탈계약을 요구할 경우 불법사금융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동시에 약속하는 투자 역시 유사수신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불법업자로 의심되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 불법사금융 피해는 금감원 콜센터 1332를 통해 상담·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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