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늦어지자 예금토큰 먼저...SWIFT 만난 은행권

백지현 기자
2026.07.21 16:30

SWIFT, 서울 로드쇼 열어 한국은행·시중은행 접촉
업계, 예금토큰 해외송금 실증 속도 기대감

예금토큰 실증프로젝트/그래픽=윤선정

국제 외환송금망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시장을 노리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망)가 한국 금융권과의 접촉에 나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제자리 걸음을 걷는 사이 은행권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예금토큰 실증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WIFT는 지난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로드쇼'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자산 및 토큰화 기술 확산에 대비한 은행권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시중은행 디지털전략 및 외환 부서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SWIFT는 최근 개발을 마친 블록체인 기반의 '공유원장(Shared Ledger)'을 소개하는 세션을 가졌다. SWIFT가 개발한 공유 원장은 블록체인 기술로 예금토큼의 역외송금, 결제를 24시간 잇는 연결망이다. 최근 9개월간 개발 및 모의테스트를 거쳐 17개 글로벌 은행과 실거래 시범운영에 돌입한 가운데 추가 협력기관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SWIFT 중심으로 해외송금망을 블록체인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원장 거래망을 소개하고 은행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행사를 연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SWIFT의 이번 방한이 국내 금융사들과 네트워킹을 확대하며 예금토큰 실증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크게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과 제도권 관리를 받는 예금토큰 등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USDC, USDT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지연돼 발행 및 유통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부재한 상태다.

반면 예금토큰은 말 그대로 예금을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하는 것으로 중앙은행과 예금보험 등 제도권의 관리, 감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출신인 신현송 한은 총재가 자산 토큰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온 점도 영향을 줬다.

실제로 한은이 주도하는 예금토큰 지급결제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에 시중은행들이 대거 참여 중이다. 하반기 중에는 국가보조금 바우처와 업무추진비 지급 등에 활용하는 2단계 실거래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해외 송금 부문도 마찬가지다. 한은과 국내 시중은행들은 BIS와 국제금융협회(IIF)가 주도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중이다. 이는 예금토큰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를 결합해 발행, 유통하는 프로젝트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병행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은 두 가지 방향을 모두 열어두고 대비하는 모습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청문회 당시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통화생태계 내에서 각각 역할이 있다"며 "보완적, 경쟁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은행권에선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해외 송금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측면에서 SWIFT를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를 두루 살피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들이 서클이 운영하는 CPN(Circle Payment Network), 솔라나 또는 이더리움 기반 메인넷으로 테스트를 많이하고 있고 스위프트도 해외송금에 관한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으니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 테스트 단계에 불과해 어떤 플랫폼을 쓸지는 정해진 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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