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스크래핑 금지 조치로 인해 금융 소비자가 주요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개보위가 사전협의 등 유예 방안을 내놨지만, 법원이 이를 받지 않고 '스크래핑 전면 금지'를 추진해서다. 비대면 금융 업무에 대폭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서버 내 정보 스크래핑을 내달 20일부터 전면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개보위는 내달 20일부터 정보주체의 대리인인 금융사 등의 공공시스템 운영기관 정보 스크래핑을 금지하고 API망(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으로 정보를 받도록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대신 개보위는 기관의 API가 구축될 때까지 대리인과 기관이 사전협의를 마치면 스크래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법원이 사전협의를 받지 않고 스크래핑을 원천 금지했다는 점이다. 법원 측은 기존 개보법 6조와 가족관계법률 14조를 해석해 본인·배우자·부모·자녀만이 서류를 받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 시스템 정보는 사전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라며 "개정 시행령이 아닌 기존 법률에 따라 스크래핑을 차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당장 금융권 고객은 다음달 20일부터 금융업무에 필요한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금융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들 서류는 주로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혼부부 정책 주담대, 예금 우대, 상속, 상품 추천, 세금환급 등에 활용된다.
특히 가족관계증명서는 주담대 심사 시 필수 서류로, 비대면 주담대 취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간 은행권은 비대면 주담대 심사 시 고객의 동의를 받아 법원 서버에서 서류를 대신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고객이 직접 법원에서 서류를 내려받아 은행에 지점 방문 혹은 촬영 후 전송 등 방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법 해석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스크래핑 전면 금지 조치가 타 기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다. 시행령에 따라 스크래핑이 금지되는 기관은 정부 24,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 100곳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