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 70대 남성투자자는 1억원으로 은행에서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를 13차례 거래했다. 지난 1월6일부터 6월4일까지 누적 수익률은 78.8%였다. 그는 선취수수료로 은행에 1704만원을 냈다. 후취수수료를 선택했다면 수수료는 56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수수료 절감분을 재투자하면 최종 누적 수익률도 103.1%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은행에서 ETF에 가입한 투자자가 올해 크게 증가한 가운데 투자자는 대부분 단기매매에 불리한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은행이 받은 수수료는 투자기간에 맞는 최적 수수료를 적용했을 때보다 7배 넘게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은행권 ETF 신탁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NH농협은행 총 6개은행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판매한 ETF는 64조원, 103만건에 달했다. 올해 5월 판매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조2000억원보다 8.8배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은행의 ETF 신탁수수료 수익은 5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5월 수수료 수익은 1036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0.2배 증가했다.
은행 ETF 신탁 투자자의 평균연령은 59세, 가입채널은 대면이 93.3%였다. 이들의 ETF 평균 보유기간은 42일에 그쳤다. 6개월 안에 매도한 거래가 94.6%였고 10일 이내에 매도한 거래도 37.9%에 달했다. 동일인이 가입한 계약은 평균 5.5회였으며 가장 많이 거래한 투자자는 17개월간 362차례 계약을 했다.
단기거래가 대부분이지만 가입 당시 수수료를 한꺼번에 내는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비중은 91.7%였다. 선취수수료는 통상 가입금액의 1% 안팎을 즉시 내는 반면 후취수수료는 연 1% 안팎을 실제 보유기간에 따라 나눠서 낸다. 보유기간이 1년 이하면 후취수수료가 유리하지만 10일 안에 해지한 투자자의 98%가 선취수수료를 선택했다.
금감원이 투자기간에 맞춰 수수료를 다시 계산한 결과 은행이 받아야 할 최적 수수료는 545억원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실제 수취액은 3948억원으로 7.2배 많았다.
고객의 ETF 매각차익 2조9100억원 가운데 13.6%가 은행 수수료로 지급된 셈이다.
금감원은 ETF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후취수수료가 유리하며 낮은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면 잦은 매매로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ETF 신탁은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달리 실시간 거래가 어렵고 원금도 보장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은행권·협회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선·후취수수료와 중도해지수수료 등 신탁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검토한다. 고객의 투자수익률이 은행 내부 성과평가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관련지표와 판매절차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창구직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의 자산수준과 연령대를 고려한 판매전략을 영업점에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판매절차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