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밀어붙이기식' 이전은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에 혼란과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단 우려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의 주 업무는 금융회사 검사 및 인허가인데 금융회사의 9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금감원이 세종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면 금감원의 핵심업무인 금융회사 검사 및 감독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올해 연간 총 707회의 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정기검사 및 수시검사를 진행하는데 투입되는 금감원 인력만 2만8229명(연인원 환산)에 달한다.
금감원 지방이전 시 연간 3만명에 육박하는 검사인력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역출장'을 가야 한다. 금융회사 본점은 91.6%가 수도권 소재며 금감원의 현장검사 대상 금융회사의 88.3% 역시 수도권에 있어서다.
금감원 직원들은 정기검사를 하면 길게는 1개월 이상 해당 금융회사로 아예 외근을 나가야 한다. 은행 기준으로 한꺼번에 2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되기도 한다. 금감원이 세종으로 이전한다면 정기검사 1건당 수십 명의 인력이 1개월 이상 서울로 장기출장을 가야 하는 셈이다.
출장비도 '비현실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금감원 내규상 교통비를 제외한 검사 출장 일비는 15만원 내외다. 이 가운데 숙박비는 지역별로 8만~10만원 수준이다. 이는 물론 지방출장을 전제로 한 금액이다. 지방출장이 아닌 서울이라면 숙박비·체류비를 더 인상해야 한다. 연간 3만명이 서울로 출장을 간다고 가정하면 30억~40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10년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이 소요된다.
일반 기관보다 이전비용도 더 들 수 있다. 민감하고 복잡한 금융권역이 주 업무여서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본부 이전을 완료한 해양수산부의 사례를 보면 직접 이사비용은 약 1189억원으로 전해진다. 해수부 본부 직원은 약 600~700명이었다. 금감원 직원은 이보다 3배 많은 약 2200명이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이전비용 3000억원이 필요하고 전산시설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도 수백억 원이 들 수 있다고 금융권에선 분석한다.
◇수천억 원 이사비용은 금융회사 몫=금융당국의 지방이전은 무엇보다 금융회사에 큰 부담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 인허가 업무를 담당한다. 금융회사들이 인허가를 받기 위해 수시로 지방행을 택해야 한다. 업무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방이전에 따른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은 결국 금융회사가 떠안아야 한다. 금감원은 무자본특수법인(기타 공공기관)으로 금융회사가 매년 부담하는 3500억원 규모의 감독분담금이 예산의 70%를 차지한다.
금융소비자보호에도 역행한다.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중심으로 여의도 금감원 민원센터를 방문해 민원을 제기해왔는데 지방으로 이전하면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 늦어도 연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지방이전 대상 등을 선정할 때 이전에 따른 각 기관의 기능효율성도 중요 고려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3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득이하게 수도권, 서울로 집중돼 있는 게 금융의 현실"이라며 "현장을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건 좀 상상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