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금융지주 회장, 국민연금이 뽑자는 말인가

권화순 기자
2026.09.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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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 회장 임기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일으킨 주범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지목되지만, 많은 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주식 매도) 유예'를 진짜 이유로 꼽는다. 국내 주식 비중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도 국민연금은 올해 1월 리밸런싱을 유예했다가 7월에야 비로소 재개했다.

'큰 손 ' 투자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서 코스피는 9000선을 돌파했다가 두 달 만에 6000선으로 고꾸라졌다. 리밸런싱 유예가 증시의 숨고르기 기회를 빼앗고 인위적인 급등락을 자초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인위적으로 매도를 멈췄던 게 아닌지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동원한 '관치금융' 이라는 의혹이다.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싸고 국민연금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면서 똑같은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부패한 이너써클"이라고 직격한 이후, 당정은 장기 연임을 막을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기준이 너무 낮다"는 반론에 부딪혔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3연임 법적 금지'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당정이 꺼내 든 카드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만장일치제'다. 단 1명의 사외이사만 반대하면 3연임안을 부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만장일치제'의 숨은 카드는 국민연금이다.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도록 제도적인 걸림돌을 치워주고, 임추위 내에서 거부권을 쥐여주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연금 측 사외이사 한 명만 반대해도 회장의 3연임은 물 건너가고 주총 안건으로조차 올라가지 못한다. 국민연금의 비토권(거부권)은 금융지주 회장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셈이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주주권 확대'는 올바른 방향이고 대부분 이견이 크지 않다. 하지만 그 방식이 국민연금을 통한 회장 연임 비토권이라면 차원이 다른 문제로 변질된다.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과연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투자 성과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자본시장에서조차 정부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의심을 받는 국민연금이다.

단 1명의 비토권으로 3연임을 무산시킬 수 있다면 관치금융의 유혹은 어느 때보다 강렬해진다.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정부가 사외이사를 통해 민간 금융사의 인사를 좌지우지 하려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어렵게 다져온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과 경영승계 프로그램마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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