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계약자도 "굳이?"...5세대 실손 갈아타기 '시들'한 이유

이창명 기자, 권화순 기자
2026.10.28 06:00

[MT리포트]헛바퀴 도는 실손보험 세대교체 (上)

[편집자주] 5세대 실손 전환 인센티브 제도가 11월부터 시행되지만 계약자에게도, 보험사에도 외면당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축소되는 보장 대비 보험료 할인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보험사는 회계상 '이익계약'이 '손실계약'으로 돌변한다. 임기 3년짜리 보험 CEO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계약전환에 나설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5세대로 넘어가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실손보험 구조개혁 문제를 짚어본다.

"5세대 실손 '갈아타기' 추진할 용감한 보험 CEO 없다"..회계의 '역풍'

5세대 실손 계약전환 할인제도란/그래픽=이지혜

"5세대로 갈아타면, 무조건 손실계약이 되는데 이를 추진할 용감한 보험 CEO(최고경영자)가 과연 있을까요."(한 보험사 대표)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의 구조개혁을 위해 다음달 처음으로 계약재매입(계약전환 할인제도)을 시행하지만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실패'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옛 실손(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갈아타면 3년간 보험료를 '반값' 만 받는 인센티브 구조가 보험사와 계약자 모두에게 외면 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3년 이전에 판매한 1·2세대 실손을 올해 5월 출시한 5세대로 전환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가 내달 시행되는 가운데 전환하는 계약이 많으면 많을 수록 보험사에는 재무적인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계약에 특약 형태로 붙어 있는 옛 실손은 회계상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나는 계약이지만 해당 계약을 5세대로 전환할 경우 손실계약으로 돌변해 기존에 확보한 CSM을 깎아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손해율 가이드라인에 따라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면 회계상의 손해율(받은 보험료를 지급 보험금으로 나눈 값) 가정을 4세대 수준으로 준용해야 한다. 문제는 1·2세대 손해율은 113~114%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반면 4세대는 150%에 육박(147.9%)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5세대로 계약을 전환하면 기존에 회계상 적용한 110%대 손해율이 150%로 올라가기 때문에 향후에 나갈 보험금이 많다고 가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받아야 하는 보험료는 3년간 50% 할인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경험통계가 축적되는 향후 3년간은 보험료 갱신도 막힌다.

임기가 3년 안팎인 보험사 CEO 입장에선 5세대로 전환할 유인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 CSM이 확보되는 반면 5세대 전환시 보험금은 많이 지급하고 보험료는 못 올리는' 손실계약'만 쌓여 재무적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결국 보험사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한 보험업계 재무담당 관계자는 "1세대와 2세대 실손 손해율은 최근 개선되는 추세"라며 "반면 5세대의 경우 보험료 수입도 적은데 3년간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고, 오히려 손해율 가정도 더 높게 잡을 수밖에 없어 경영진이 밀어붙일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 뿐 아니라 계약자도 인센티브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1·2세대는 재가입 주기(약관변경)가 없어 보험사 마음대로 보장 내용을 축소할 수 없지만 5세대로 갈아타면 비급여 보장 폭이 대폭 줄고, 향후에도 보장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50% 보험료 할인이 과연 계약자에 매력적일 것인지 견해가 분분한 이유다.

실손 개혁한다는데 정작 보험사는 5세대 전환 등돌리는 이유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5세대 전환시 월보험료 변화/그래픽=김현정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구조 개혁을 위해 초기 실손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계약 전환을 이끌어야 할 보험사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할인제도를 다음달 시행한다.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장 구조를 개편한 5세대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론 보험료 부담이 큰 1·2세대 가입자들이 5세대로 이동하면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보험금 지급 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이 같은 조건의 계약 전환은 당장 부담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할인에 따른 보험료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기존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면 전환 후 보험료를 3년간 50% 할인해줘야 한다. 계약 전환이 늘어날수록 할인 혜택을 적용하는 계약도 많아지는 만큼 보험료 수입 감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의 시뮬레이션에서도 보험료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월 17만8489원의 보험료를 내는 60대 여성 1세대 가입자는 5세대로 전환할 경우 월 보험료가 4만2539원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3년간 50%의 계약전환 할인을 적용하면 월 2만1270원으로, 기존보다 88.1% 줄어든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만 보험사로서는 계약 전환에 따른 보험료 수입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수입감소는 회계상 부담으로 이어진다. 신회계기준(IFRS17)에서 CSM은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험료 수입과 예상 보험금·사업비 등을 반영해 산출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낮아지면 계약에서 확보할 수 있는 미래 이익이 줄어 당기순이익부터 각종 건전성 지표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5세대로 이동하는 반면 병원 이용이 잦고 보험금 청구가 많은 가입자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다. 보험사 입장에선 1·2세대 계약에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큰 가입자만 남아 손해율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단순히 보험료 할인만으로 전환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계약전환 조건을 고려하면 실손을 판매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기존 세대 보험에서 나오는 보험료 수입이 훨씬 유리하다"면서 "또 무리하게 유도를 독려했다 의료이용이 적은 고객만 갈아타고, 의료이용이 많은 고객만 이전세대에 남을 경우 보험사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가입자에게 상품 구조와 보장 범위의 차이를 설명하고 전환에 따른 유불리를 안내하려면 상담과 계약 관리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전환 실적이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없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계약전환을 권유할 이유가 없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5세대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3년간 보험료를 절반이나 할인해주다 보니 되레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전환을 독려할수록 당장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관련 인력과 비용까지 투입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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