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 찾는 의원님들, '꽃분이네' 살리는 법은요?

김하늬 기자
2015.02.16 06:00

설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 명절 전 지역구의 민생현장에 나가 텃밭 다지기를 하는 전형적인 행보다. 정치인이 나타난 시장은 수십만~수백만원어치 과일이나 생필품을 팔 수 있어 상인들은 하루는 ‘덕’을 볼 수 있다.

이마저도 전국 1200여개 시장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일회성 방문으로 전통시장이 살아날리 만무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난 시장 상인들도 “경제 좀 살려주세요”라는 말보다 “힘들어 죽겠어요”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정치인들이 생색내기용 ‘시장 나들이’보다는 시장상인들의 고통과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해달라는 것이 상인들의 바람이다.

예컨대 지난해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가 부메랑이 돼 문을 닫을 뻔 했던 부산 국제시장 내 생필품점 ‘꽃분이네’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꽃분이네 주인 신미란씨는 상가 임대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두 배 이상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렸다. 이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부산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결국 합의에 도달, 꽃분이네는 장사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상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눈물을 머금고 가게를 내줘야 한다. 제3의 인물이 나타나 건물주에 더 높은 권리금을 준다고 하면 기존 임차인이 그 가격에 맞춰 권리금을 올려주기란 쉽지 않았다.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꽃분이네’는 그야말로 특별한 사례였던 셈이다.

국회에서 5개월 째 잠들어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꽃분이네를 비롯한 소상인들의 권리금을 법제화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은 임차인이 가게를 접을 경우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건물주(임대인)가 협력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여야 의원이 지난해 9월 각각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상가 세입자뿐만 아니라 건물주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개정안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3일, 이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법안 발의 후 세 번째 시도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서 ‘민심 잡기 행보’를 다녀 온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얼마나 달라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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