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6억 적립금 회계기준원 19억 은행차입 논란

조성훈 기자
2015.03.09 06:32

국내 기업들의 회계처리 기준을 수립하는 한국회계기준원(원장 장지인)이 내부에 116억원 가량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사업손실금 19억원을 은행권에서 5%대 고금리로 차입해 비용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은 2012년부터 사업손실이 발생하자 은행권에서 19억원을 신용차입했다. 연이자율은 평균 5%대다. 회계기준원이 기금목적의 내부 적립자산 116억원 가량을 갖고도 5%고금리에 돈을 빌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계기준원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과 시행령(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업무위탁)상 금융감독원이 징수하는 유가증권 발행분담금 중 5%를 지원받고 있다. 이에 더해 추가적으로 금감원·한국거래소·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13개 회원사의 출연금을 받아 주수입으로 쓰고 있다. 1년 예산은 40억원 안팎이다.

연 수입의 60% 가량은 유가증권 발행분담금이 차지했는데 최근 몇년새 증권업계 불황으로 발행분담금이 급감해 사업손실이 발생했다. 회계기준원은 2012년에 외환은행에서 5.67%의 이자율로 5억4000만원을 차입한데 이어 2013년에는 하나은행에서 4.89%의 이율로 11억4400여만원을 빌렸다. 지난해에도 은행권에서 4억원가량을 추가 차입해 은행권에서 총 차입잔고가 19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기준원은 그동안 매년 지원받은 유가증권 발행분담금 중 30%가량을 적립해 116억원 가량의 법정분담기금을 쌓아왔다. 이는 회계기준원이 출연금에 의존할 경우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재정 독립을 위해 설립초기부터 시행해온 제도다.

시행령상 회계기준원은 금감원에서 지원받는 금액의 감소 등으로 정상사업 수행이 곤란하거나 긴급한 사업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적립된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대규모 사업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은행에 빚을 졌다는 얘기다. 이는 회계기준원 이사회에서도 매년 지적사항으로 꼽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준원이 매년 은행빚을 지면서 1억원 가량 이자를 낭비해온 것인데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유가증권 발행분담금은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다양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데 왜 빚을 얻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기금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 불가피하게 은행권에서 차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결손이 발생했다고 매번 기금을 사용하다보면 기금 적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어 엄정하게 판단한다"며 "올해부터 외감법이 개정돼 회계기준원에 대한 유가증권 발행분담금 지원 비율 한도가 8%로 늘어난 만큼 차입금 이슈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기준원은 1999년에 설립된 민간기구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제·개정업무 등을 금융위에서 수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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