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붐이 꺼진 직후 명문대를 졸업하고 인터넷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이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직장은 버젓한 대기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회사를 나와 서울에서 오프라인 책방이라는 창업의 꿈을 이뤘다.
어느 여성 창업가 얘기다. 명문대 출신이지만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에 취업했고 잘 나가는 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주위의 반대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녀는 "벤처기업 취업과 창업에 대해 부모님부터 친척, 친구 등의 만류가 적지 않았고 나 역시 확신이 서지 않아 고심이 많았다"며 "이러다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두 눈 질끈 감고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창업가가 주목을 끄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우수 청년인력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정작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20~39세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각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59%였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직업의 선호도가중소기업(10%)이 가장 낮았다.
우리사회의 창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무엇보다 실패 두려움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다. 이 제도는 창업에 실패하면 창업자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사실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연대보증 대상인 가족이나 친지들에게도 피해를 줘 창업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현실적으로 '간판'을 중시하는 체면문화와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연봉 등 처우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주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청년들에게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 전선에 뛰어들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청년들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면과제인 저성장과 성장 동력부재, 청년실업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청년 창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의 고용 규모가 전체 고용의 9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라는 게 이유다. 창업자 연대보증 폐지와 중소기업 인식 개선사업 등 청년들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한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이 당당히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을 선택하고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이를 적극 응원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