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판결 전 소송 제기한 기업 1500곳 넘어
韓 대한전선·한국타이어 포함… 장기전 불가피
무역협회 "美관세청 기준 참고 후속대책 세워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대규모 관세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현재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최소 수백에서 최대 수천 개 기업이 미 정부에 관세환급을 요구하고 환급요구액은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관세환급'이 화두로 떠올랐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행정부가 그간 거둬들인 상호관세 수입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예산모델'(PWBW)을 인용,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관세환급 요구액이 1750억달러(약 253조66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대 1700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상호관세 부과로 얻은 이익은 1335억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대법원 판결 전 관세환급 소송을 제기한 기업은 1500곳이 넘는다. 코스트코홀세일, 안경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 리복, 푸마를 비롯해 한국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 중국의 태양광업체 룽지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 등 외국 기업의 자회사들은 대법원 판결 전 미 정부에 관세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23일 미 국제무역법원(CIT)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신규 관세환급 소송진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으므로 중단된 소송절차가 재개되고 추가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관세)환급 절차의 규모와 범위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기업, 중소기업, 상장·비상장사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이 이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로 할 경우를 대비해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미 정부와 기업간 관세환급 소송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위법' 결정에 반대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반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그 (관세환급) 과정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들(대법원)은 판결문을 작성하는데 몇 달이 걸렸지만 그 점(관세환급)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관세환급 소송에 대해 "앞으로 5년 동안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 상호관세 무효화의 후폭풍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특히 일부 기업은 관세환급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기에 회사 입장에서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환급을 요청해야 한다"며 "환급소송이 대세가 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기업이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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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에 대한 자신의 강력한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상호관세 환급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환급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업부터 정부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관세환급 절차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판결을 통해 환급 가능성이 있는 만큼 후속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세환급에 대비해 △관세환급 권한확인 △관세환급 절차확인 △정산 우선순위 점검 △국제무역법원 제소여부 검토 등 사전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미 관세청(CBP)의 일반적인 관세환급 기준·절차를 참고한 후속절차 대비가 필요하다"며 "환급대응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국가간 조율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별 회사가 소송 등 환급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