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년 울리는 공공기관의 하루짜리 고용계약서

박계현 기자
2015.09.16 03:30

"한 번도 누군가 저에게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상담원들이 취업 전이나 취업 후에도 계속 전화를 하시니 감동이 느껴졌어요."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청년의 말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용노동부에서 저소득층 및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취약계층과 청장년층 등 전 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취업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 없고 부모와 상의한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단기 아르바이트직을 전전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공공 서비스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챙기는 상담원들은 정부 부처 내에서 가장 열악한 근무조건에 처해 있다. 고용노동부 내 다양한 상담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의 초봉은 1600만원 정도이고 10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2100만 원 내외를 받는다. 단시간 상담원의 경우 연봉이 11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저임금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용자는 다름 아닌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다.

장하나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청년 신규채용 인원의 2014년 연간 근로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100곳 중 40곳이 무기계약직, 시간제 일자리, 전환형 일자리, 계약직 비정규직 등을 고용하면서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 것처럼 보고했다.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5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미취업자를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심지어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일부 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청년구직자 3명과 12월 31일 단 하루짜리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외면하고, 일부 공공기관들은 3% 청년고용할당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창하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당장 대기업들이 향후 채용계획에 인턴, 교육생, 훈련생 등을 모두 포함시키며 숫자를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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