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투자계획인가

강경래 기자
2015.09.22 03:30

"LG디스플레이가 향후 몇 년 동안 보완투자 정도만 집행하겠다는 의미로 봅니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 LG디스플레이가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18년까지 총 10조원을 들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설비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가 향후 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는 OLE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야심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비 등 관련 업계에서는 다소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향후 3년 동안 투입할 10조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3조∼4조원 수준이여, 이는 이 회사가 지난 몇 년 동안 해온 투자 규모와 비슷하다는 것.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LG디스플레이의 발표를 향후 신규 라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최소화하고, 기존 라인의 노후화된 장비들을 교체하는 이른바 '보완투자' 위주로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총 46조원을 투입키로 발표한 것.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준공한 경기 이천 'M14' 라인에 총 15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향후 건설될 신규 라인 2곳에 31조원을 투입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발표 역시 관련 업계에서는 놀랄만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과거에도 연간 4조∼5조원 규모 투자를 지속해왔으며, 또 3∼4년을 주기로 신규 라인을 건설해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평상시 하던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런 투자계획 발표는 향후에도 꾸준한 투자로 전 세계 시장에서의 선두적인 입지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들 대기업의 투자발표 행사는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인 면에서나 경쟁력 강화의 목적보다는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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